부산서 3차 합동연설… 오세훈 작심한 듯 '총선 승리' 외쳤지만 분위기는 냉랭
  •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정상윤 기자
    ▲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준비가 부산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 제3차 합동연설회'는 지난 번보다 한층 안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부 당원은 "따분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연설회가 지난 대전·대구경북 연설회 때와 확연히 대비되는 점은, 당원들이 모처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는 점이다. 5·18 논란으로 김진태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 위원장에게 쏟아졌던 당원들의 날 선 야유와 고성은 이날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서 1·2차 합동연설회 이후 이른바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김 의원 지지자들의 다소 도를 넘은 행동에 대한 비판여론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자 이를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이 같은 당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당 전대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박수소리로 야유를 덮어달라"고 강경한 목소리로 당원들에게 당부했고, 당원들은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안보상황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당원들의 '너나없는' 격렬한 호응이 홀을 가득 메웠다. △문 정부가 54조원이라는 세금을 쏟았지만 여전히 12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속출하는 과정 △안 태세 미비로 인한 위기 언급에 대한 반응이다.

    반면 '통합과 계파갈등'에서만큼은 여전히 당권주자들 간에 이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조되는 당대표 후보들의 발언에 행사장은 냉·온탕을 오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김진태 당대표 후보.ⓒ정상윤 기자
    ▲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김진태 당대표 후보.ⓒ정상윤 기자

    주도권 강조하는 김진태 "판 뒤집혔다"

    김진태 의원은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연단으로 올라섰다. 사회자가 김 의원을 호명하는 순간 행사장 뒤 김 의원 지지자들은 플래카드와 팻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지난 합동연설회 당시 김 의원 지지자들은 단상 앞 중앙부분을 차지해 압도적 호응으로 분위기를 주도했으나 이날은 조금 달랐다. 한국당 사무처가 PK 선거인단을 단상 앞자리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설회장에 들어오지 못한 일부 김 의원 지지자들은 행사장 주변을 맴돌며 그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다른 지역에 계신 분들은 고생하실까봐 되도록 오시지 마시라 했다. 전당대회는 용광로 같은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제 지지자분들, 다른 후보들에게도 박수 보내주실 거죠"라고 외치며 주도권을 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과 연고를 회상하며 PK '경제' 악화 상황을 언급한 김 의원은 "태평성대면 어떤 후보자가 나와도 잘 끌어갈 텐데. 지금은 난세 중 난세다. 난세에 지도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의리와 배짱"이라며 "저 김진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우파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자신에게 쏟아졌던 '계파'논란과 '2부 리그' 이미지를 종식시키려는 듯 "나는 탄핵 이후 친박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오히려 나는 계파가 없는 사람"이라며 "연설회·토론회가 계속될수록 당심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분위기는 바뀌었고 판은 뒤집어졌다"고 외쳤다.


  •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울경 제주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오세훈 당대표 후보.ⓒ정상윤 기자
    ▲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울경 제주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오세훈 당대표 후보.ⓒ정상윤 기자

    작심한 오세훈 "김진태 지지자 목소리 커질수록 민심 멀어져"

    뒤이어 연단에 오른 오세훈 후보의 정견발표 핵심은 여전히 '총선 승리'였다.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한 '확장성'을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이다. 지난 1·2차 합동연설회에서 타 후보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과 야유를 들은 바 있는 오 후보는 이날 작심한 듯 더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오 후보는 "다른 주자들이 탄핵이 잘못됐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 생각과는 완전 괴리된 입장"이라며 "이래서 내년 선거 어떻게 치르나. 122석 걸린 수도권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부·울·경 선거 이길 수 있겠나"라고 핏줄을 돋웠다.

    이어 "국민들은 최순실이 장·차관, 청와대 수석 인사 개입하고 나랏돈 빼먹었단 사실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박통은 돈 한 푼 안먹었다'는 말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나"라고 반문하고 "국민은 탄핵을 역사적 사실로 보고 있다. 이제 와 인정 못한다 하면 우린 탄핵부정당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 지지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당원들의 분위기는 다소 냉소적이었다. 고성과 야유는 없었지만 싸늘하게 내려앉은 분위기에 상황을 예견한 듯 오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김진태' 목청껏 외치는 분들 보기 좋다. 부럽다"고 웃어 보였다.

    오 후보는 "분노는 이해한다. 그런데 여러분 목소리가 커질수록 일반국민 마음은 당으로부터 멀어진다"며 "총선에서 이기는 게 애국이고, 승리가 의리다. 그래야 박통의 공과가 제대로 된 역사 평가를 받도록 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구속된 김경수 판결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에 우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나. 이러면 내년 총선도 뻔하다. 민주당이 사력을 다해 '자유한국당 심판론' 분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와 유승민이 얻었던 920만 중도표를 제가 가져오겠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확 달라진 황교안, 위기감 느꼈나

    이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확 달라진 황교안 후보의 태도였다. 다소 이성적이고 차분한 어조와 톤으로 이어갔던 이제까지의 정견발표와는 확연히 달랐다. 다소 상기된 표정, 높은 목소리, 한층 더 날 선 표현력이 정견발표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내 일각의 "뭘 해도 국무총리 같고, 정치인 같지 않다"는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듯했다. 황 후보는 "정말 우리 경제 큰일났다. 지난달 실업자가 무려 122만을 넘었다. 예산 54조원을 퍼부었는데 그 돈 구경이라도 해보셨느냐"며 정부에 각을 세웠다. 

    황 후보는 "제가 당대표 되면 그 돈이 누구 호주머니 들갔는지 반드시 밝혀내겠다"며 "부·울·경 폭망했다. 탈원전으로 경남기업 350개가 문 닫을 판이고, 자동차산업이 세계 7위로 추락해 협력업체가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 주범 바로 문재인 아니냐. 귀족노조 횡포 막아내고 진짜 근로자 권리 지켜내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차분해진 합동연설회의 분위기는 본격적인 당대표 정견발표에 앞서 최고위원 후보들의 정견발표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과격한 발언은 삼가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탄핵'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무대 위에서 "다소 과격했던 언행에 사죄드린다. 혈기 넘치는 마음에 도가 넘은 발언으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다소 차분해진 연설회 분위기 탓에 "지난 번 대구 때 고성과 야유가 난무했던 점에 비하면 이번 부산 연설회는 편안한 느낌이 있다"고 평했다. 반면 일부 당원들은 "오늘 연설회는 왜 이리 재미가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3차 합동연설회에 이어 22일에는 경기·수도권 합동연설회가 예정돼 있다. 모레 TV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은 총 네 차례에 걸친 합동연설회와 여섯 차례에 걸친 TV 토론회를 마무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