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와 지내기 위해 북한행 희망" 北 입장 불구 이탈리아선 '납북' 의심 ”
  • ▲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정부에 “조성길 전 대사 대리의 딸이 귀국했다”고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조성길 전 대사 대리의 딸이 강제북송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은 올해 17살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교부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 측으로부터 조성길 전 대사 대리의 딸이 송환됐다는 통보를 지난해 12월 5일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탈리아 측에 보낸 공문에는 조성길과 그의 부인이 11월 10일 대사관을 나갔고, 그의 딸은 14일 북한으로 귀국했다고 적혀 있었다. 북한 측은 공문을 통해 “조성길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지내고자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희망했고, 딸의 귀국에는 이탈리아 주재 대사관 여직원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은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뒤 “조성길 전 대사 대리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조성길 전 대사 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스테파노 차관은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의 북송과 관련한) 책임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테파노 차관은 이탈리아 여당인 우파정당 ‘오성운동’ 소속이다.

    태영호 “납치는 아닐 것… 조성길, 딸 때문에 침묵할 수도”
  •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엔초 모아베로 밀라네시 외교 장관은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이 강제북송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ANSA 통신에 따르면, ‘오성운동’ 소속인 마리아 에데라 스파도니 하원 부의장도 “북한 정보기관 요원이 이탈리아 땅에서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을 압송한 것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의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라”고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을 다그쳤다. ‘오성운동’ 소속 의원들은 만약 북한이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을 강제북송 했을 경우 이를 인권탄압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끌려갔다는 주장은 지난 20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당시 태 전 공사는 <뉴시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이 지난해 11월 북한으로 압송됐다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면서 “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 전 대사 대리의 딸이 북한 체포조에 의해 납치돼 끌려간 것은 아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이제 조성길에게 더 이상 한국으로 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에서는 탈북해 한국에 오면 남은 가족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미국이나 유럽 등 제3국에서 조용히 살면 처벌이 낮기 때문에 조성길은 아마 앞으로 조용히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