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경이적인 연주 실력으로 인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그는 4옥타브에 걸치는 넓은 음역, 플라지올레토, 스타카토, 스피카토, 살타토 등의 기교를 극도로 구사해 화려한 곡예적인 연주법를 창조했다. 파기니니가 임종 당시 사제에게 "이 바이올린 안에는 악마가 숨어 있다"고 속삭였다는 일화가 유명하기도 하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오명을 안고 숨을 거둔 파가니니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부활한다. '빈센트 반 고흐',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 '살리에르' 등 예술가의 삶을 다룬 창작뮤지컬을 연달아 선보인 HJ컬쳐가 대전예술의전당과 공동 제작한 신작이다.

    뮤지컬 '1446'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은영 연출 겸 작곡가와 임세영 작곡·음악감독, 김선미 작가가 참여해 파가니니의 음악을 7인조 밴드와 함께 록 클래식으로 녹여냈다. 드라마를 강화하기 위해 김은혜 작가, '파리넬리'의 정도영 안무가가 합류했다.

    김은영 연출은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열린 뮤지컬 '파가니니' 프레스콜에서 "당시 록스타 같은 존재인 파가니니의 이미지를 반영했다"며 "전반적으로 파가니니 원곡을 담아내려 했고, 강렬한 클래식 음악이 되도록 표현했다"고 밝혔다.
  • 공연은 파가니니가 사망한 4년 후 1844년 프랑스 파리, 그의 아들 아킬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공동묘지 매장을 불허한 교회와의 재판으로 막을 연다. 파가니니의 음악적 재능과 예술적 업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잣대들로 인해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수 밖에 없었던 사건에 대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파가니니' 역은 뮤지컬 '모비딕', '페임' 등에서 활약한 액터뮤지션 콘(KoN·본명 이일근)이 맡는다. 그는 연기·노래와 함께 '24개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2번-라 캄파넬라' 등 파가니니의 명곡을 직접 연주한다.

    '음표 위의 한국인(Korean on the Note)'이란 뜻의 콘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실력파 연주자다. 그는 "주변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오디션에 지원했고 다행히 뽑아주셨다"며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파가니니를 연기해 정말 영광스럽다. 뮤지컬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파가니니를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은 연주와 관계 없는 액션들이 많이 요구된다. 전문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하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고 한다. 파가니니의 신들린 연주에 관객이 빠져들 수 있게 더 격렬한 모습으로 팔이 부러지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설의 악마 사냥꾼 '루치오' 역에 김경수, 파가니니의 모든 걸 빼앗으려는 남자 '콜랭' 역은 서승원·이준혁이 분한다. 파가니니 아들 '아킬레' 역 박규원·유승현, '샬롯' 역에는 유주혜·하현지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그룹 비아이지(B.I.G)의 벤지와 황민수가 각각 파가니니와 루치오의 얼터네이터로 3회차 공연을 소화한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3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사진=HJ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