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블랙리스트란 명칭 삼가해 달라" 요청… 사찰 의혹에 "정상적 업무절차" 주장
  •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환경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산하 기관장과 임원들의 사표 현황이 담긴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청와대가 20일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으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란 지적이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블랙리스트란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다"며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주장했다. 

    대상-규모 다르니까 블랙리스트 아니다?

    김 대변인은 우선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영화·문학·공연·시각예술·전통예술·음악·방송 등에 종사하는 민간인인 반면,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 등으로 그 대상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분들"이라며 "짊어져야 할 책임의 넓이와 깊이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규모에 대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여 동안 관리한 블랙리스트 관리규모는 2만1362명에 달하고, 확인된 피해자만 8931명에 달한다"며 "그러나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경우 거론된 24개 직위 가운데 임기만료 전 퇴직이 5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작동 방식도 다르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경유해 문체부 등에 내려보내져 지원사업 선정에 반영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을 뿐더러 그런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협의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인 업무절차"라고 강조했다. 

    또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정부조직을 동원하여 ▲치밀하게 실행에 옮길 것 등 4개 조건을 블랙리스트의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는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이라며, 환경부 문건이 "네 가지 조항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엄밀하게 따져달라"고 당부했다. 

    '기관장 동향파악'이 정상적인 업무절차?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한국환경공단 등 산하 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표적감사'를 진행해 사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환경부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도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최대한 조용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언론도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환경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을 담은 문건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환경부 직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단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환경부를 통해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산하 기관 임원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현 정권과 친밀한 인사를 앉히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