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고위층 50~70명 부패사범 몰아 처형… 자산 몰수해 부족한 외화 보충"
  • ▲ 지난 1월 1일 집무실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김정은. 이때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1일 집무실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김정은. 이때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달러 부족’을 겪는 김정은이 최근 미국·한국과 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부자들을 ‘부정부패사범’으로 지목해 숙청하고, 그들의 자산을 몰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김정은이 부정부패사범으로 몰아 숙청한 북한 고위층은 50~70명이다. 신문은 미국 안보전문가와 한국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외화 부족을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숙청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이 해외 수출도, 국제금융체계에도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어 외화 부족을 겪게 만들었고, 이는 전통적으로 외화를 통치자금으로 사용했던 김정은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부족한 외화를 보충하는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의 '북한전략센터'가 내놓은 보고서도 소개했다. 북한의 전·현직 고위관계자 20명과 면담해 만들었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의 ‘부정부패 척결’은 강력한 감시망이 있는 북한체제에서 불법적으로 거액의 재산을 모은 행동을 자신의 지위를 노리는 것으로 간주해 제거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새해 들어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고위간부들을 숙청하는 것은 지난해 말 북한 호위사령부 간부의 집에서 수만 달러가 넘는 비자금을 발견한 뒤 분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당시 북한당국은 호위사령부 간부 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가 넘는 비자금을 압수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자신의 부친도 손대지 않았던 가장 충성스러운 조직을 부정부패 혐의로 숙청한 것에 주목했다.

    김정은, 대북제재 길어지자 충성파 돈까지 빼앗아

    보고서는 또 김정은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권력남용과 관료주의, 그리고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않으면 사회주의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한 것이 최근 북한의 부유층 고위간부 숙청을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김정은의) 이 같은 숙청은 돈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의 지적도 전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과거에는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부정부패를 어느 정도 눈감아줬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더욱 강해지고 길어지면서 자금부족을 겪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숙청한 인사는 4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2013년 12월 공개처형한 장성택과 그 일파도 포함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한국의 북한연구기관이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대북제재가 완화돼 외환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김정은이 권력층을 대상으로 자금을 몰수하는 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