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건강, 양승태 방어권. 김경수 도정공백…법원 '누군 해주고 누군 안해주나?' 고민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법원이 보석(保釋) 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이라는 거물들이 연이어 보석을 신청한 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충실한 심리를 해달라는 취지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보석신청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에 대한 보석 결정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의 압박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인사에 대한 보석만 허가해줄 경우 또 다른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20일 이 전 대통령측 강훈 변호사는 전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에게 보석에 대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MB측, “구속기간 내 심리 불충분·건강악화” 주장

    이 전 대통령측은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구속기간 내에 충분한 심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만료일은 오는 4월 8일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2차례나 변경된 상태다.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된 핵심증인들이 연이어 출석을 거부한 데다 아직 남아있는 증인도 있는 만큼 구속기간 내에 심리가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상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쳐 재판부나 구성원이 변경됐고, 수사·증거기록만 10만쪽이 넘어 이에 해당한다”며 “보석 청구 이유는 충실한 심리를 해달라는 취지다. 2개월 내 마무리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졸속심리를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도 보석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은 병명만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 당뇨병 등 9개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양승태, ‘방어권 보장’·김경수 ‘도정공백’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을 신청하면서 구속상태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방어권을 행사에 차질이 초래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은 17만5000여페이지에 이른다.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고 검찰측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청구를 기각된 것을 예로 들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도 했다. 검찰이 이미 증거를 대부분 확보해둔 상황인 데다 전직 대법원장으로 신원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검찰이 충분히 증거를 수집한 상황이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경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지사의 보석에 대해 언급하면서 향후 보석신청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에는 민주당은 1심 판결을 자체 분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형사소송법과 증거재판주의에 위배된다”며 김 지사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보석신청을 하게 될 경우 도정 운영의 연속성 등을 사유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도지사로서 신분이 확인한 데다 도주의 우려가 적은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법조계 “법원 고민 많을 것...결정 쉽지 않다”

    법제처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95조는 피고인이 사형·무기나 10년 이상 징역과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상습범, 증거인멸·도주의 우려 등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예외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그러나 보석신청 인용률은 높지 않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각급법원의 보석 처리누계는 5590건 이지만 인용건수는 1864건이다. 인용률은 33.34%다. 신청자 3명 중 1명 만 보석이 허가된 셈이다. 

    김지훈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보석신청률이 높지 않고 보석을 신청하더라도 인용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신병구속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보석을 허가해주려면 더 이상 피고인을 구속할 이유가 없어지거나 사정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정구속되거나 영장이 발부된 이후 보석이 가능하려면 사정변경이 있어야 하고 그 사정변경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보석사유에 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김 지사의 유죄판결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도 법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만 보석을 허가해 줄 경우 사법부는 또 다른 비난 여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여당의 당대표가 나서서 그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사법부에게 부담을 넘어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