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에 한국 활용을" 트럼프에 주문… "철도·도로 등 경협 떠맡을 각오" 밝혀
  •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보상적 성격의 금전 부담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떠안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35분 동안 진행된 통화에서 양국 장상은 2차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방안을 중점 협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 활용해달라" 文 대통령이 먼저 제안

    문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롭고 대담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다음주 하노이회담이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회담의 합의를 기초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미북관계 발전 등을 구체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또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이 신뢰할 만한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미국이 적극적으로 제재 완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에 따르는 재정적 부담까지 사실상 한국이 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향후 정치권의 합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정부담까지 한국이 지겠다는 의사 표시"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과의 어려운 협상을 여기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과 확고한 의지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이룬 큰 진전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며 "지난 25년간 협상을 통해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시킨 외교적 실패를 극복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외교전략을 모색하고 계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 준비 현황 및 미북 간 협의 동향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두 정상은 2차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공조방안에 대해 폭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노이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고, 회담 결과 공유 및 후속 조치 등에서 계속 문 대통령과 긴밀히 상의하는 한편, 회담을 마치는 대로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하노이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그 결과를 문 대통령과 공유해야 하기에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당 "성급한 경협보다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나, 우리 두 사람은 아주 잘해오고 있으며 한미관계도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취임 후 19번째로,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었던 지난해 9월4일 이후 5개월 만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를 두고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이 제재 완화 선물 보따리를 안겨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이라며 "성급한 경협보다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