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이념화… 법관들 외부인사 눈치보게 만들 것" 한변 '김명수 개혁안' 비판
  • ▲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인권보고대회에 참석한 최용근·박종흔·양홍석·박주현 변호사(왼쪽부터)ⓒ박성원 기자
    ▲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인권보고대회에 참석한 최용근·박종흔·양홍석·박주현 변호사(왼쪽부터)ⓒ박성원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방안인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부인사들의 추천과 선발 절차를 객관화하는 게 어려운 데다 사법행정에 특정 이념성향을 가진 이들이 개입할 경우 법관들이 외부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소속 박주현 변호사는 지난 18일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인권보고대회에서 "완벽한 제도는 애초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김명수 대법원의 개혁안은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 폐지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12일 법원행정처 폐지와 외부인사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를 신설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개혁방안이 법제화돼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국회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개혁안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개혁안이 사법부의 정치화·이념화 우려가 있다며 법원행정처 존치를 주장했다. 그는 "법원의 관료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찬성하지만 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부의 정치화·이념화 우려가 있는 사법행정회의를 새로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며 "사법행정회의의 외부인 추천과 선발 절차를 객관화하는 것은 기존 판사들을 객관화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들이 법원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법관들이 외부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법부가 다른 권력기관과 완전히 독립돼 있어야 하는 점 ▲제도보다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 ▲사법행정회의의 정치화·이념화 가능성을 법원행정처 폐지 반대이유로 꼽았다.

    '막강 권한' 법원행정처, 구조적 문제

    반면 대한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냈다. 양 변호사는 "판사의 관료화가 가장 큰 문제인데,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인사권을 가진 행정처를 대법원장이 컨트롤하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행정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는 조직 내 법관·법원공무원 인사 업무와 예산편성·배정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관료화를 타파할 방안으로 ▲공정성·객관성·예측가능성 있는 인사시스템 정착 ▲사법행정에서 판사 배제 ▲법원행정처 폐지 ▲외부인사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 도입 등을 꼽았다. 사법행정분야에서 판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그 정점에 있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최용근 변호사는 "관료제 타파는 당연하다. 더욱 강도높은 개혁을 위해 사법개혁특위를 정상화하고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이자"며 "현재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완전히 분산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법농단? 자극적 표현으로 프레임 씌워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언론과 검찰 수사팀이 명명한 ‘사법농단’이라는 표현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사법농단이라는 자극적 표현보다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음에도 언론·검찰까지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고 자극적 표현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사법이라는 근본적 내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대법원의 행정절차에 관한 남용이라고 봐야 적절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