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이버안보센터 “화웨이 5G 통신망 위험 제어 가능"… 화웨이 측 "美, 우리 못 무너뜨려"
  • ▲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망 선전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망 선전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 정보기관이 “화웨이 장비로 5G 통신망을 구축했을 때 생기는 위험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이번에는 뉴질랜드 총리가 “아직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이를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파이브 아이즈(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 연대체)’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화웨이 장비로 5G 통신망을 구축했을 때 나타나는 위험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영국 정보기관이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한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3일 로버트 해닝언 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본부장의 기고문을 실었다. 해닝언 전 본부장은 기고에서 “지금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드러난 적은 없다”면서 “화웨이 문제는 당찮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 또한 지난 15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웨이 장비 논란에 대해 “금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각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해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NCSC의 이 같은 평가가 유럽 국가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면 유럽 국가들은 영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내세워 반대의견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이브 아이즈'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전망처럼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두고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재신다 아덴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18일 현지 언론 <모닝리포트>와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문제는 아직 결론난 게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문제와 별개로 독자적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덴 총리는 지난해 11월 화웨이 장비 도입에 제동을 걸었던 것과 관련해 “그것은 통신교차역량 및 보안법에 따른 것"이었다며 “현재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화웨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여기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화웨이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 기자 간담회에서 활짝 웃는 화웨이 CEO 런정페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 간담회에서 활짝 웃는 화웨이 CEO 런정페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질랜드 총리 “화웨이 장비 도입 금지, 각국이 알아서 해야”

    이어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 뉴질랜드가 영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화웨이 문제는 뉴질랜드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해야지 국제정치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언론은 이 같은 아덴 총리의 발언을 두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영국 정보기관의 발표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까지 화웨이 장비 도입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화웨이 측은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였다. 화웨이 창업자이자 중국 인민해방군 첩보부대 출신인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18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중국정부가 백도어 장치를 사용한 스파이 행위를 안 하겠다고 밝혔고, 우리 화웨이 또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가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장담했다.

    런정페이는 또한 “우리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기 때문에 세계 소비자들이 우리를 떠나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 미국이 우리 제품을 쓰지 말라고 압력을 가해도 우리는 일이 약간 줄어들 뿐”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는 이어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대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과 뉴질랜드·독일의 ‘화웨이 보이콧 이탈’ 조짐은 화웨이 장비 퇴출을 고려하지 않는 한국정부와 기업들에도 새로운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