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예비군훈련 거부한 20대 남성에… 법원 "거부 사유 정당" 병역법 위반 무죄
  • ▲ 법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법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며 수년간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이유가 아닌 비폭력주의·평화주의 등의 신념을 양심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2월 전역한 뒤 예비역으로 편입됐지만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동원훈련 등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A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므로 훈련 불참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 폭력, 민간인 학살 동영상에 '충격'

    법원은 A씨가 이런 신념을 갖게 된 배경 등을 검토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또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죄 인정되면 오히려 중형 원해"

    A씨는 입대를 거부하려고 했으니 어머니의 설득으로 2011년 입대하게 됐다. A씨는 전역 후에는 더 이상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절박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 받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