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주자 대구 합동연설회서 세 과시... 김병준 위원장, 대전 이어 또 야유받아
  • 18일 대구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연설 중인 당대표 후보자 김진태 의원. ⓒ정상윤 기자
    ▲ 18일 대구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연설 중인 당대표 후보자 김진태 의원. ⓒ정상윤 기자
    18일 대구·경북에는 '김진태(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돌풍'이 불었다. 이날 한국당 2·27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를 보기 위해 대구 엑스코홀에 몰려든 당원의 함성은 '김진태'를 향해 있었다.

    한국당 당원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다는 TK 지역 당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연설회는 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행사 1시간 전부터 당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금세 3,000석 규모의 홀이 가득 찼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 민심을 얻기 위한 후보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시장 당대표 후보자 3인은 당원 사이로 성킁성큼 걸어 들어갔다. 황교안 전 총리는 가장 먼저 홀에 들어와 1시간가량 지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김진태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원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연단에 오른 당대표 후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TK 맞춤 연설문을 준비해왔지만, 당원들은 유독 김진태 의원의 연설에 열광했다. 지지자들의 숫자도 김 의원이 독보적이었다. 

    1층 양쪽 끝은 황교안 전 총리 지지 그룹이 차지했지만, 2층 좌석 중앙에서 양쪽 끝 3~4칸을 제외하고는 '세대교체 혁명 김진태' '기호 3번 김진태’가 적힌 플래카드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김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당원의 일부는 앉은 곳이 모자라 통로쪽에 자리를 잡았다.  

    정견발표 7분, 김진태 환호 소리가 절반 차지

    당대표 후보자 정견 발표 첫 주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은 시작부터 열띤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섰다. 사회자가 김진태 의원을 소개하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플래카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진태를 연호했다. 장내 열기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강원도 춘천 출신의 김진태 의원은 "진태 인사드립니데이"라며 어설픈 경북 사투리로 정견 발표를 시작했다. 정견 발표는 7분. 김진태 의원의 연설 반, 지지자 환호 반으로 뒤덮인 시간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당원들의 응원과 함성 소리 때문에 자주 연설을 멈춰야 했다.

    김진태 의원은 작정한 듯 시작부터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의 이름을 서슴없이 꺼냈다. 김 의원은 "여러분과 박근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계셔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고 우리 당이 살았다"며 넙죽 큰절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위축됐던 당원들의 마음을 끌어안기 위한 김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에 당원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김 의원은 이날 연설 포인트는 '당원과의 호흡'이었다. 김 의원은 당원에게 "지금 난세다. 난세에 필요한 지도자는 나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애국심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누굽니까"라고 물었고, 당원들은 "김진태"를 연호했다. 

    그는 또 "보수의 심장이자 가장 많은 당원을 확보한 대구 경북 지역 여러분들이 여기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주십시오. 민주당이 두려워하는 후보가 누굽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당원들은 "김진태, 당대표"를 외쳤다. 

    그는 "나는 다 도망갈 때 당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라며 "저는 확실한 우파정당을 만들어서 문재인 정권과 확실하게 싸워나가겠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장내에서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커졌고, 김 의원은 "이게 바로 진짜 민심이다. 대전에서도, 이곳에서도 여러분이 보는 그대로 어디를 가나 김진태를 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어 "저를 왜 그렇게 끌어내리려고 난리겠습니까. 김진태는 제대로 싸울 줄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5·18 공청회 논란으로 여당 중심으로 김 의원의 제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종북 저격수'로 지칭하고 "저는 좌파정권의 생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꼭 이기겠습니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 김진태로 꼭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김진태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일부 당원들은 "(연설에)심장이 떨렸다. 진짜 번개 맞은 것 같다. 앞에도 난리가 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진태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2층 자리가 점차 비어갔다. 
  • 18일 대구 코엑스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오세훈 당대표 후보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8일 대구 코엑스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오세훈 당대표 후보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세훈이 넘어야 할 산

    다음으로 오세훈 전 시장이 연단에 올랐다. 오세훈 전 시장의 공략 포인트도 박정희·박근혜 전직 부녀 대통령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러나 반응응 김진태 의원이 연설할 때와는 사뭇달랐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가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무능한 문재인 정권에 의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모습 보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저들 심판하자”고 핏대를 세웠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저들을 응징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 바로잡고, 두 분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얻었던 1,300만 표를 이기려면 안철수와 유승민을 지지했던 900만 표를 가져와야한다"며 "(당대표 후보자)셋 중에 누가 그 표를 가져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오세훈 전 시장과 김진태 의원의 지지자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김진태 의원을 연호하는 소리가 커지자 오 전 시장은 “김진태에게 묻혀버렸네요”라고 말한 뒤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연설 도중 야유가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오 전 시장이 "우리가 지나치거나 실수하면 5.18(공청회 논란)처럼 거대한 역풍만 불러올 수 있다. (당대표) 잘못 뽑으면 이런일이 일상화된다" "영남을 석권해도 수도권이 122석이다"라고 말할 때다. 장내에서 "우, 우"하는 야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태 의원 지지 그룹에서는 "(오세훈은) 집에 가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이 "이 자리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 속 시원하게 한다고 내년 수도권에서 효자노릇 하겠나. 영남 총선 압승은 당원들이 맡고 수도권 절반 (의석) 확보는 오세훈이 해내겠다"고 하자 한 당원은 "진작에 잘해야 했다. 보수를 다 버린 게 오세훈 아닌가”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자리를 제대로 지켜야 했다는 질타였다.  한 당원은 "서울 시장을 자기가 때려치워서 서울이 다 빨갛게 됐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8일 대구 코엑스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8일 대구 코엑스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황교안, 문재인 정부 각세워  

    마지막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품격있는 선비의 고장 대구경북 여러분"을 외쳤다. 황 전 총리의 연설 포인트는 문재인 정부 견제였다. 

    황 전 총리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고 살기 좋아진 분이 있느냐"며 "주사파 세력들이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불쌍한 국민들은 문닫고 망하고 쫓겨나가고 죽을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마디로 경제 포기한 대통령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국 예산이 다 늘어나는데 대구 경북 예산은 줄고 SOC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며 "5천만 국민이 핵인질 위기에 놓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에게 돈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만 무장해제하고 있다”며 “총선 압승과 정권 교체를 이끌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면 반드시 이정권의 폭정을 끝내겠다"며 "무너진 경제부터 챙기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1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의 야유를 받았던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도 성난 당원들을 마주했다. 김병준 위원장이 인사를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장내에서는 "내려가라. 나가라"라는 고함이 터졌고, 상기된 김병준 위원장은 "조용히 하라"며 맞받아쳤다. 그러나 당원들의 고성은 멈추지 않았고 김 위원장은 '70초' 정도 침묵을 지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