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출장·장기수사 많지만 '보상'은 거의 없어… 예산 지원부터 늘려야
  •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사진제공=흥미진진
    ▲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사진제공=흥미진진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2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453만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서며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서울 마포경찰서(마포서) 마약반의 마약조직 검거와 관련한 활약상을 코믹스럽게 연출했다. 경찰청 마약수사과장으로 재직했던 필자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마약반과 실제 경찰 마약반은 사뭇 다르다.

    우선 일선 경찰서가 별도의 마약반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에 나오는 마포서가 '드문' 경우 중 하나다. 인근 홍대·신촌·이태원 등 유흥가가 많아 '마약 우범지역'으로 분류돼 마포서 형사과 소속 마약수사팀이 운영됐다. 마포서 마약반의 마약사범 검거 실적은 우수했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영화에서는 마약수사반이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반장인 류승룡을 중심으로 반원들이 잠복수사를 하면서 마약거래 현장을 포착하느라 고생을 한다. 마약조직의 동향 관찰을 위해 ‘수원왕갈비통닭집’을 반원들이 경영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통닭집을 운영하기 위해 반장이 자신의 퇴직금을 담보로 융자를 받는 장면까지 나온다.

    마약수사는 공작수사…공작금은 필수

    마약수사의 현실은 어떨까. 마약수사를 위해서는 공작수사가 필요하다. 속칭 '망원(網員·정보원)'을 통한 공작수사를 위해선 공작금이 필요하고, 이러한 공작금은 때로는 위장 마약거래 구매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약수사 첩보는 마약투약자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모바일·택배·국제우편을 통한 마약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마약거래를 위장한 수사는 필요하고 이와 관련한 공작용 자금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공항·항만 등 여행객 소지품 검사 등을 통해 불법 마약류를 적발하는 세관과 달리, 경찰의 마약수사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실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경찰서 마약반의 경우 마약사범 검거만 전담하다보니 형사팀·강력팀에 비해 실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상사(과장·서장)는 '월급 받고 먹고 논다'는 식의 질책을 하기 일쑤다. 이러한 실적부진 스트레스는 가끔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게 되는데, 마약범죄 조직과의 유착 수사 의혹까지 받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까지 되는 경우도 많다.

    유능한 경찰이 특정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공작수사를 하는 경우,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몰려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인지, 구속되기도 한다. 위장 마약거래를 위해 돈을 입금 후 돈을 떼이거나 때로는 마약사범으로 오인, 검찰에 수사를 받기도 한다. 마약사범들은 마약 복용으로 뼈가 약한 경우가 많은데, 검거 과정에서 수갑 사용 등으로 골절 같은 상처를 입었다고 인권침해 등의 민원에 시달려 독직폭행(瀆職暴行·직권을 남용해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게 폭행하는 행위) 혐의의 누명을 쓰고 구속수감되는 경우도 있다.

    단순 투약자보다는 공급·수입자를 검거해야 되는데 그러다보면 수사가 장기화되고 실적부담으로 인해 투약자 검거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대포차·대포폰·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점조직이라 추적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잠복·출장·추적수사로 인한 수사비도 많이 든다. 영화에서 나오는 수사비 문제는 항상 마약반이 안고 있는 문제인 셈이다.

    독직폭행에 사비 지출…실제 마약반의 '고난'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강·절도사건과 달리 실적이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사비 청구에 어려움이 많다. 수사비 마련을 위해 개인 사비까지 쓰는 경우도 많다. 통신비·차량유지비·출장숙박비 등 수사비용에 비해 예산은 한정돼 있다.

    경찰서 내부 현실적으로 강력사건 검거에 치중하다보니 마약반에 지원되는 예산은 적다. 그에 비해 실제 수사를 하지 않는 경찰청 등 본청 마약사건 수사비는 국제마약회의 참석 같은 국외 여비 등이 많다. 일선 현장을 뛰는 마약반 형사들은 수사비 부족에 허덕이는 데도 말이다.

    본청에서 구입, 보급 지원해주는 고가의 휴대용 마약탐지기 등 장비는 검색용 마약적발기로 세관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할 따름이다.

    마약검사용 시약 또한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검사에 어려움이 많다. 여성 투약 용의자의 경우 여성 수사관이 배치돼야 하는데 결혼·출산·육아 등의 문제로 배치를 꺼린다. 승진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인사권자가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 검거에만 관심을 가질뿐 마약사범 검거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마약사범들의 온갖 음해성 진정, 인권위 제소, 검찰과 감찰의 진정 등으로 민원에 시달린다.

    경찰내부에서는 검거실적, 인원, 압수 마약 수량으로 실적을 평가하니 장기간 공작수사로 마약조직의 일망타진이 어렵다. 업무의 특성상 승진(특진·심사·시험)도 어렵고, 성과평가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수당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망원 관리 관련 지침도 없고 악질적 망원에 걸려들면 모함도 당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써도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물론 경찰 내부 자체에서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승진은커녕 징계받는 경우도 많다. 영화에 나오는 마약반 형사들은 유도왕, 무술왕, 격투기왕이지만 실제 경찰관 선발은 무도 특채가 아닌 노량진학원가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행정실무, 영어 객관식 시험 한두 문제 차이로 결정난다. 유능한 마약전문수사관이 양성되지 않는 이유다.

    '기피 부서' 마약반…승진 안되고, 마약수사 역량도 축소

    수사비도 제때 지급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실적 독촉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공급사범보다는 단순투약사범 검거에 그친다. 그에 비해 검찰은 앉아서 세관, 경찰관을 지휘해 수사를 한다. 추적잠복 검거를 할 필요가 없다.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경찰·세관·식약청·해경까지 지휘한다. 자체 마약감정부서까지 갖추고 있다.

    마약수사 관련 예산도 경찰에 비해 많다. 경찰은 과거 본청에 설치된 마약수사과도 폐지되고 형사과로 편입됐다. 자체 마약수사 역량이 축소됐다. 지휘부의 관심도 떨어진다. 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마포서 마약수사반의 스토리는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보는 관객은 마약수사반의 수사 의지와 열정에 웃고 감동한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마포서 마약수사반 전원 특진은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