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 이후 의원들, 安과 자주 통화… "민평당과 합치지 않갰다는 간접 사인" 분석도
  •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지난주 바른미래당 연찬회에서 불거진 전·현직 대표 간 정체성 갈등으로 당내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독일 뮌헨에 체류하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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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양극단을 배제하고 진보·중도·보수를 모두 아우르자는 '중도개혁'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라는 창당정신에 입각한 '개혁보수'를 각각 주장해 양측의 온도차가 큰 상황이다.

    손 대표는 11일 창당 1주년 토론회에서 "그때 그 자리에 알맞은 노선을 취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진보를 배제하지 않는다" "(유 전 대표가) 진보·보수 통합정책에 동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유 전 대표는 지난 8일 당 연찬회에 참석해 '선명한 개혁보수'를 주장했고, 5시간에 걸친 2차 토론 뒤 예정됐던 브리핑을 거절했다. 유 전 대표는 13일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창당행사에도 불참했다. 이로 인해 '창업주'가 외면한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손 대표의 완고한 입장에 유 전 대표가 사실상 '무언시위'를 하는 모양새다.

    둘 사이의 불협화음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당 핵심 의원들은 여러 창구를 통해 안 전 대표의 구원등판을 희망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귀국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도 12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를 통해 "창당을 주도했던 유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적당한 시기에 두 분이 만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며 독일로 떠났다. 이후 9월부터 독일 뮌헨의 막스프랑크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재직 중이다.

    안 전 대표는 미래 대한민국의 먹고 사는 문제에 주안점을 두고 선진국 정책 성공사례 연구 및 석학과 교류 등으로 견문을 넓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전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시점에 복귀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安 복귀,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

    15일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업무차 베를린에 다녀온 안 전 대표는 당 연찬회가 끝난 뒤 손 대표와 통화를 하며 '설 연휴 잘 보냈느냐'와 같은 안부인사와 격려를 나눴다. 손 대표는 최근 안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연찬회 이후 당내 노선갈등이 달아오르자 손 대표 외에 몇몇 의원도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거는 빈도수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주로 안 대표에게 복귀 요청을 하거나 당의 어려운 부분을 토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장 국내 복귀를 고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 정치상황이 바뀔 때마다 '안철수 역할론'이 나오는 당의 어려운 상황이나 바람이 이해는 간다"면서도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연구하겠다는 당초 계획대로 독일 및 세계 각국 현장에서 연구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상황을 빌미로 개입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지금은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서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 당의 공동 창업주인 안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는 바람은 알겠지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복돋워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어차피 당장 오지 않을 안 전 대표를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은 '우리 당은 민주평화당과 합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수 있다"며 "민평당 의원들 다수가 안 전 대표에게 반발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대선주자이자 큰 영향력을 보유한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당으로선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다만 안 전 대표가 오더라도 우리 당이 겪고 있는 정체성 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