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정보 암호화 전 차단" SNI 도입 발표… "사이버 독재 반대" 4일 만에 20만명 '청원'
  • ▲ 지난 2012년 10월 15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R&D센터에서 열린 한국인터넷포럼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12년 10월 15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R&D센터에서 열린 한국인터넷포럼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7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넷 관련 발언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2012년 10월 15일, 한국인터넷포럼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인터넷 자유국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를 막기 위해 새 접속차단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보안접속(https) 및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되는 해외 불법사이트를 대상으로 SNI(Server Name Indication) 기술을 도입해 차단 수위를 높이겠다고 12일 발표했다. '내로남불' 논란이 가열된다. 

    7년 전엔 "인터넷 세상에서 보면 MB 정부는 독재"

    2012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인터넷 자유국가'를 외치면서, "인터넷 세상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네트워크 세상은 자율적인 세상인데, 자율성을 공권력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있어선 안 된다"며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은 유신시대에 어울릴만한 사고방식이며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인터넷 자유국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

    14일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터넷 자유국가'를 만들자던 문 대통령의 생각이, 권력이 없던 그때는 맞고 권력을 잡은 지금은 틀리다는 것인가"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던 문 대통령이 오히려 인터넷 검열국가가 되는 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SNI 방식 차단은 사용자가 사이트를 접속할 때 사용자의 정보가 암호화되기 전 단계에서 차단해 서버 접속을 막는 것이다. 이용자가 접속하려는 사이트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가 사이트 불법 여부를 확인한 뒤 경고 문구와 함께 접속을 막는 기존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보다 강화된 조치다.

    14일 방통위는 SNI 차단 방식에 대해 기본권 침해 및 감청 논란이 거세지자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인 SNI 필드에서 서버를 확인해 차단하는 방식"이라며 "통신감청이나 데이터 패킷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과 여론의 생각은 다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SNI 필드 방식 차단은 우체국에 비유하자면 편지 겉봉에 쓰인 주소를 모두 읽어보고 우체국이 판단해 배달할지를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편지 겉봉에 쓰인 주소를 검열의 잣대로 삼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은 연일 이 위협을 과소평가하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우체국에서 우편을 분류하며 개개인이 어떤 곳에서 어떤 우편물을 받는지 기록·수집하면 그 자체로 '빅브라더(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현 정부의 https 인터넷 차단 조치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의 사이버독재 수준이 북한, 중국 다음 세계 3위권까지 올라갔다"며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과거 문 대통령은 적어도 온라인 부분, 인터넷 자유는 허용하고 증진하겠다고 수 차례 얘기했지만, 그 결과는 온 국민에 대한 사이버상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사이버 독재 정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이버 독재 방지법'을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차단 반대 청원' 4일 만에 20만명

    여론도 들끓고 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청원이 게시됐고, 이날 정오 기준 불과 나흘 만에 19만6555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청원 게시자는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다"며 "해외사이트에 퍼져 있는 리벤지포르노 유포 저지, 저작권 보호 등의 목적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