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합동연설회서 압도적 우세… "황교안-오세훈 양강구도" 예상 뒤집어 '투표결과' 주목
  • ▲ 14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렸다.ⓒ정상윤 기자
    ▲ 14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렸다.ⓒ정상윤 기자

    황교안과 오세훈, 그리고 김진태.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가리기 위한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14일 당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는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3인의 지도부 입성을 위한 경쟁이 정점에 달한 상황, 향후 이들이 받아들 성적 변화가 주목된다.

    이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전 한밭체육관은 '한국당 김·세·안' 이라는 거대한 함성에 뒤덮였다. 기호 순서와 거꾸로 김진태(3번), 오세훈(2번), 황교안(1번)을 외치는 지지자들의 응원 목소리가 각각 뒤섞여 등장한 단어였다. 

    이날 합동연설회는 본경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관중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은 황교안, 왼쪽은 오세훈, 무대 인근엔 김진태 지지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하나된 모습'을 요구하는 진행자들의 주문에는 입을 모아 '한국당'을 외치다가도 곧이어 각자 지지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을 보여 진행자들의 진땀을 빼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의 공통 주제는 "반드시 싸워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 ▲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김진태 후보. ⓒ정상윤 기자
    ▲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김진태 후보. ⓒ정상윤 기자
    김진태 "나는 문재인과 싸운다"

    그러나 후보 개인의 키워드는 조금씩 달랐다. 이날 후보 3인의 키워드는 각각 '김진태-대여투쟁력' '오세훈-총선 승리' '황교안-통합'이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가장 먼저 정견 발표에 나선 김진태 후보는 "가끔 심장이 쫄깃하긴 해도 그래도 한국당에 김진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제가 없는 한국당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외쳤다. 5·18 공청회 관련, 14일 한국당 윤리위가 '징계보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날린 일침이다.

    김 후보는 "전당대회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전대까지만 일단 징계가 보류된 것이다. 당대표가 되지 않으면 저는 이 당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제가 없으면 한국당은 '앙꼬' 없는 찐빵, 저를 지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강한 대여투쟁력을 앞세웠다. 김 후보는 "제가 싸울 사람은 여기 후보들이 아니고 문재인"이라며 "문 정권이 들어선 후 100대 촛불입법을 제가 거의 다 막았다. 그럼에도 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는커녕 법사위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래가지고 제대로 된 당이라 하겠나. 당대표 후보 중 현역의원도 저밖에 없다"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애국세력과 당이 힘을 모아 어깨동무하고 진정한 우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오세훈 전 서울시장.ⓒ정상윤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정상윤 기자

    차별화 꾀한 오세훈, 朴 4번 언급...역효과?

    뒤이어 무대에 오른 오세훈 후보는 수도권 부동층의 민심을 언급하며 상대 후보들을 향해 연달아 견제구를 날렸다. 황교안·김진태 후보는 훌륭하지만 '박근혜 프레임'에 갇혀 있기에 수도권에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이들이 중도층 표심을 얻어오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오세훈만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총선을 이기지 못하면 여당의 20년 장기집권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저는 천만 시민 생활을 보듬은 지방행정가 출신, 이념형 지도자인 황교안·김진태와는 다르다"고 자신의 강점을 내세웠다.

    오 후보는 "충청·영남에서 이겨도 수도권에서 패하면 총선은 지는 것"이라며 "내년 선거에서도 박통이 화두가 되면 우리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 정치놀음에 관심 없는 중도층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박근혜'를 총 4번 언급했다. 수도권 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해 '확장성'을 강조, '이념이 아닌 생계'로 기타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이는 듯한 발언이지만 파장은 컸다. 김진태·황교안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오 후보 측은 연설회 이후 "박근혜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오해 없길 바란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 ▲ 황교안 전 국무총리.ⓒ정상윤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정상윤 기자

    황교안은 '굳히기'...다소 무난했다는 평

    이에 반해 황교안 후보는 '굳히기'에 들어간 듯 비교적 안정감 있는 멘트와 분위기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황 후보는 "힘들었던 가시밭길을 넘어 총선 승리, 정권교체로 나가는 첫 관문이 이번 전대다.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일은 이제 그만 끝내자"고 호소했다.

    황 후보는 "저 황교안, 어떠한 개인 욕심도 앞세우지 않겠다. 철 지난 좌파 이념이 헌법정신을 흔들고,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며 "국민들은 이 정권에 기대를 저버렸고. 국민의 마지막 희망은 한국당이다. 저는 이제 정치를 했기에 챙겨야 할 사람도, 계파도 없다"며 통합 가능성을 주장했다.

  • ▲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정상윤 기자
    ▲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정상윤 기자

    1차 합동연설회 종료, 당원 표심 움직일까

    이날 행사장에는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무대 주위를 가득 메웠다. '한국당은 김진태 건들지 마라'는 팻말을 들고 무대를 에워싼 지지자들은 연신 김 후보에게 환호성을 보내, 황교안·오세훈 지지 진영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듯한 상황을 낳기도 했다.

    특히 이날의 '한 컷'은 바로 당원들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향해 야유를 보내던 순간이다. '5·18 공청회' 파동으로 자신과 김진태 의원 등을 윤리위에 회부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 체육관을 뒤덮는 당원들의 야유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는 사실상 김진태 지지층이 보내는 강한 경고로 해석됐다. 

    곧이어 무대에 등장한 김 후보가 "지켜달라"고 호소하자 지지자들은 "쫓겨나면 안돼"라며 연신 "김진태 당대표"를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연설회에서 김 후보가 압도적인 장면을 다소 연출한 것 같다. 당초 '황교안·오세훈' 양강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은 이날 대전을 시작으로 18일 대구, 21일 부산, 22일 경기 성남시에서 합동연설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