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통 가능성 낮다" 회견 후, 클럽 내 약물 복용 정황 쏟아져
  • ▲ 최근 클럽 내 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입구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뉴시스
    ▲ 최근 클럽 내 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입구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뉴시스
    "생각해보세요. 상식적으로 몇십억씩 돈을 버는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겠습니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사내 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이 관할 경찰서의 비호를 받고 있고 이곳에서 마약류를 이용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가 기자들 앞에서 클럽 내 마약 유통 가능성을 일축하는 말을 꺼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13일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약 유통 소문과 관련해 확인된 정황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아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에서 굳이 마약 유통을 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도리어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 보도가 팩트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약 유통은 없다는 선입견으로 말한 것은 아니고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으나, 일말의 의혹까지 수사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야 할 당사자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내용 대신 앞으로의 수사 방향만 언급해 여전히 의구심을 자아냈다"는 따가운 일침을 놓기도 했다.

    클럽 직원, VIP 고객에 "물뽕 작업女 대기 중" 문자 보내

    공교롭게도 클럽 내 마약 유통 가능성이 낮다는 유력 경찰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이날 오후 MBC 뉴스데스크는 "클럽 '버닝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클럽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버닝썬' VIP 고객 두 사람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MBC는 "'버닝썬'의 VIP 고객인 A씨는 지난해 12월 '버닝썬' 직원으로부터 '물뽕으로 작업한 여자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빨리 클럽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심지어 이 직원은 A씨에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보내며 '한 번 보라'고 음식처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2주에 한 번 꼴로 클럽 직원으로부터 이같은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A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클럽 직원이 '오늘 얘네들로 작업될 것 같은 데 오시죠'라는 문자와 함께 여성들의 사진을 보내왔다"며 "여기에서 작업은 '물뽕을 한다'는 의미로, 이 직원은 자기가 직접 다 세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클럽 직원이 하룻밤에 3천만원 이상을 쓰는 중국인 고객을 위해 20살 여성에게 물뽕을 투약한 적도 있다"며, "클럽에 스무살 짜리 애들이 놀러왔는데 걔네들을 물뽕 작업하니 중국 고객들이 고맙다고 팁을 많이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MBC는 또 다른 VIP 고객인 B씨를 통해서도 비슷한 증언을 확보했다. B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클럽 직원과 남자 손님이 약(물뽕)에 취한 여성을 강압적으로 호텔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도 봤다"며 "한 직원은 자신에게 (어떤 여성을 두고) '약(물뽕)도 같이 한 적 있고 쉬운 애니까 같이 데리고 놀라'는 권유까지 했었다"고 주장했다.

    MBC는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과 영상을 모두 확보했으나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피해자가 노출될 우려가 있어 곧장 사법 당국에 보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클럽 '버닝썬' 대표 "안심하고 오시라" 홍보 지속

    앞서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는 한 남성(김OO)이 지난해 11월 해당 클럽 관계자들과 출동한 경찰로부터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고 호소한 이후로 '클럽 내에서 마약이 돌고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온라인상에 나돌자, "마약 의혹을 제기한 전 클럽 직원과 클럽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루머에 흔들리지 않겠다. 버닝썬, 안심하고 오셔도 된다"는 홍보 문구를 올렸던 이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소환돼 약 8시간 동안 ▲클럽 내 마약류 투약·유통 ▲성행위 동영상 불법 촬영 ▲경찰과의 유착 여부 등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버닝썬'의 회계·영업 장부와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통해 관할 경찰과의 유착 의혹도 조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11월 해당 클럽에 출동해 김OO 씨를 체포했던 경찰관과 같은 해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 근무했던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통화 기록 및 계좌 거래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14일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최초 폭로한 김OO 씨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버닝썬'과 역삼지구대에 수사관 35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애당초 김OO 씨가 '버닝썬' 클럽 관계자들과 폭행 시비에 휘말릴 당시 클럽 사내 이사로 등재돼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지탄을 받은 가수 승리는 지난달 24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승리는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DJ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마음에 '버닝썬'에 관여하게 됐다"면서 "홍보를 담당하는 사내이사를 맡아 대외적으로 클럽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