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입 근거 없다" 부인… 전두환 회고록, 소설 '풍계리' 에서도 '북한군 개입설'
  •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지만원 씨. ⓒ이종현 기자.
    ▲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지만원 씨.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연 공청회 때 발언의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5.18 사태 당시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발언을 한 지만원 씨에 동조한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을 제명하라는 요구가 여야를 막론하고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논란이 군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듯 지난 12일 입장을 내놨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과 관련해 2005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와 2017년 5.18특별조사위원회 등의 조사 결과, 확보 자료 등에서는 북한군의 개입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며 “국방부는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5.18 관련 발언을 한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를 준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들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4당이 이처럼 흥분하는 이유는 지만원 씨가 줄곧 주장해 온 ‘5.18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 때문이다. 지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5.18 당시 북한 특수부대원 600명이 광주·전남 일대에 침투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몇 년 전부터는 “1980년 광주사태 당시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원”이라며 수백여 명을 지목하고 사진을 공개했다.

    전두환 회고록·소설 ‘풍계리’에서도 비슷한 주장

    지 씨 외에도 5.18 당시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사례는 더 있다. <월간조선>은 2017년 7월호 기사에서 전두환 前대통령 회고록과 탈북작가 김평강 씨의 소설 <풍계리>의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전두환 前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 가운데 1권 406쪽에서 ▲광주에 직장이 있거나 거주하는 사람도 아닌데 현지 부대의 무기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탈취한 점 ▲짧은 시간 안에 수백 대의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장갑차 조종이 가능한 사람들이 집결한 점 등이 북한 특수부대의 개입이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과학자의 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김평강 작가는 자기 부친이 장성택과 김일성 종합대 동창이어서, 집에 놀러온 장성택으로부터 광주에 북한 특수부대가 투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북한이 광주로 내려 보낸 특수부대원은 100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지휘관 3명만 살아남았고 이들은 현재 통일전선부를 비롯해 대남사업 부서의 수장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지 씨가 탈북자 가운데 북한인권단체 관계자와 활동가들을 ‘광수’로 지목하면서 설득력을 잃기 시작했다. 지 씨가 지목한 ‘광수’ 가운데는 탈북시인 장진성 씨, 故황장엽 前노동당 비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조명철 前국회의원,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홍순경 前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정성산 감독, 김정아 통일맘 대표 등 탈북자도 56명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광수’ 주장에서 이런 논리적 모순점이 계속 드러나는 바람에 지 씨의 '5.18 당시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까지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