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포함돼 당권구도에 영향…"유공자 명단 공개하자는 취지였는데" 내부 반발도
  •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18 관련 물의를 일으킨 당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박성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5.18 공청회 논란'과 관련해 몸을 바짝 엎드렸다. 한국당은 '5.18 국회 진상규명 공청회'와 관련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에 회부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의견 표현도 마음대로 못하느냐, 공산주의냐"는 반발도 나온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5.18 공청회 문제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희생자 유가족과 광주 시민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사과에 이어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그는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이 심각했다. 견해 차이 수준을 넘어서서 허위 주장임이 명백했다"며 "이는 5.18의 성격을 폄훼하는 것이고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엄중히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며 "중앙윤리위에서는 비대위원장인 저의 관리감독 책임도 엄중히 따져달라"고 덧붙였다.

    '다양성' 언급했던 한국당, 돌연 '5.18은 성역'

    이번 '5.18 망언 논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의 발언에서 불거졌다. 당초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기 위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렸던 공청회 자리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유공자들이 잔치중',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 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한국당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5.18 망언 자유한국당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소속 의원들의 반민주적 망언에 대해 한국당 지도부는 공개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초 "다양한 개인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던 한국당은 하루만에 입장을 선회해 12일 "5.18과 관련한 진실을 왜곡하거나 그 정신을 폄훼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공당의 국회의원이 허위사실 주장에 판을 깔아주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곧 다가올 한국당의 전당대회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중앙윤리위에 회부될 예정인 의원들 중 2명이 2.27 전당대회 출마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김진태 의원은 당대표 후보에, 김순례 의원은 당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만일 중앙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 전대 출마 의원들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윤리위의 판단에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일정 진행에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되도록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목이다.

  •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DB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DB

    "윤리위 회부는 지나쳐" 당내 이견도

    여야의 공세와 관계없이 한국당 스스로 자당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당내에서는 이견도 거세다.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중앙윤리위에 회부할 사안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청회에 참석한 분들이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소지는 분명 있으나, 이거를 윤리위에 회부하고 제명을 운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사회가 다양한데 특정 가치를 획일화해서 그런게 어딨나. 정치인이라는 건 자기 소신과 철학을 말하는게 직업인데, 생각이 다르다고 윤리위에 회부하고 제명 운운하는게 맞다고 보나"고 반문하며 "이건 당내에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유공자 선정이 이뤄져야 되는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가짜 유공자 걸러내자)는 지적은 당연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성역으로 규정해놓고 말도 못하게 하는 게 맞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은데 다들 눈치본다고 말도 못하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날 청와대가 한국당 추천 5.18진상규명조사위원 2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성명을 내고 "YS 때 민주화운동으로 규명된 사안에 대해 이 정부가 또 진상조사를 한다고 해서 한국당은 적법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추천했다. 최근 일부 의원들이 논란을 제공했다 해서 이를 틈타 우리 당이 추천한 인사만 임명을 거부한 것은 아주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질타했다.

    당사자들 "물의 일으켜 죄송... 공청회 취지 왜곡은 안돼"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의원들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그러나 그렇다고 공청회 취지가 왜곡되어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나를 심판할 수 있는 건 전당대회의 당원들이지, 윤리위원이 아니다.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맞섰다. 이날 광주광역시를 찾은 김 의원은 "5.18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투명하게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는 취지에서 공청회를 연 것이다. 5.18 피해자 분들도 그걸 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살면서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진의가 왜곡돼있는 것 같다. 5.18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 특별법에 의해 거기 나온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제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다. 5.18이라고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유공자 명단 공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종명 의원 역시 이날 "공청회 주최자로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고 상처 받으신 분들께는 송구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여야가 합의해 마련된 진상규명법에 따라 북한군 개입 등에 대한 검증과 의견 수렴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 임무"라고 견해를 드러냈다.

    또 "만일 북한군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의구심이 제기되는 유공자 명단 공개가 즉각 이뤄진다면 징계와 제명이 아니라 저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