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북정상회담 때 종전선언은 어려울 것"… 북, 제제완화 통한 '실리' 원해
  • 지난 9일 외교부 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일 외교부 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달 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종전선언 여부다. 과연 종전선언이 이뤄질지, 이뤄진다면 어떠한 방식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그러나 많은 외신은 이번 베트남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실무협상을 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말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상응조치'에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6·25 전쟁이 평화협정이 아닌 정전협정으로 중단된 상태"라고 지적하고, 남북한과 중국·미국이 종전선언과 연관된 핵심 당사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들 국가가 이달 말 미북정상회담 전까지 종전을 선언할 여건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무역협상을 마무리짓는 회담을 가질 경우 문 대통령까지 합류해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2월 중에는 시 주석과 회담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번 베트남 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종전선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북한

    미국과 북한 양자가 한국과 중국을 배제한 채 전격적으로 종전선언을 하는 것도 가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외신들은 본다. 

    AFP 통신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합의했지만 북한 비핵화와 관련돼 진척이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해 항구적 평화보장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를 언급해 북한이 사실상 종전선언보다 평화협정에 더 의미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0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후 더 이상 종전선언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은 북한과 미국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 평화협정은 정권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통신은 그러나 “평화협정 협상에는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을 전하며 일단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정치적 선언의 형태로 종전선언을 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발전 위한 제재완화

    AP 통신은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같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보상조치로 종전선언, 평양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경협 재개 허용, 그리고 일부 제재완화 등이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당면과제인 김정은의 처지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제재완화를 가장 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북한의 입장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상당히 큰 협상 카드이기 때문에 제재완화를 얻어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과 인터뷰를 전했다. 

    미 해군연구소(CNA)의 켄 가우스 박사는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은 높지만 종전선언이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이익을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종전선언보다 제재완화에 더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우스 박사는 “김정은이 강력히 원하는 것은 경제제재가 일부라도 완화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그의 정권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생각할 것이며 외교를 통한 제재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