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서바이벌 방식' 채용 논란… 기밀 유출 우려

석달 인턴 기간 중 국가 기밀 접촉 불가피… '국정원 경력' 확보 위한 '묻지마 지원' 양산도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2.12 17:35:21
▲ 국가정보원 로고. 박근혜 정부 때 바뀌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정보원이 지난 1월 말 국내 취업 사이트에 7급 직원 채용공고를 냈다. 그런데 1개월짜리 비정규직 근로자로 뽑은 뒤 연예 프로그램처럼 ‘서바이벌 방식’으로 세 차례의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 정식으로 채용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에 국정원이 올린 채용공고가 떴다. 접수 기간은 2월15일~3월15일, 지원자격은 1987~99년에 태어난 한국 국적자로 국정원 직원법상 결격사유만 없으면 된다. 군인도 2019년 이내 전역 예정이면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채용 후 신분과 ‘서바이벌’ 과정이다. 국정원 공고에 따르면, 1차로 채용된 사람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는 ‘인턴’으로 월 급여 180만원을 받게 된다. 2018년 기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4대 보험과 초과수당은 지급한다지만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이다. 게다가 오는 6월10일부터 7월9일까지 한 달 동안만 일하는 조건이다. 계약을 연장하려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두 번의 평가를 더 통과해야 2020년 초 정식으로 국정원 요원이 될 수 있다.

세간에서는 국정원의 이런 ‘서바이벌 비정규직 채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달 동안만 인턴으로 근무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기밀을 유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국정원 요원으로서 자질이 있는가를 보려면 심부름이나 잡일이 아니라 기존 요원과 함께 일해야 하는데, 이때 기밀을 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인턴’ 경력을 이력서에 써넣기 위해 ‘묻지마 지원’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보기관 요원에 걸맞은 국가관이나 도덕관은 없고 ‘스펙’에만 집착하는 ‘저질 인재들’이 ‘국정원 인턴’이 될 경우 정보기관 요원의 자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노파심이다.
▲ 국정원이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에 올린 채용정보 가운데 일부. 북한 분야 협력 담당의 지원조건이 눈에 띈다. ⓒ인크루트 해당 페이지 캡쳐.

‘묻지마 지원’, 기업 대외협력 유경험자의 대북협력 채용 등 문제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원이 ‘비정규직’을 뽑은 뒤 우수한 성과를 올린 사람만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거 몇몇 유통업체들이 영업사원을 ‘인턴’으로 모집한 뒤 “우수 성과자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말을 바꾸는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채용시험을 강화하라”고 주장한다.

채용분야를 두고도 말이 나온다. 사이버 보안 등과 관련된 ICT, 대테러 및 방첩, 해외·지역분석, 어학 등 예년에 모집하던 분야도 있지만, 북한 분야 가운데 교류협력과 인권, 전략물자, 미래전략, 교육홍보 분야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특히 북한 교류협력 부문 지원자는 기업의 기획·영업직, 대외협력업무 유경험자를 우대한다고 돼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요원들이 방북한 몇몇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술 접대를 하며 자괴감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전략물자 분야는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전략 분야는 국내에서 제대로 교육하거나 연구하는 곳이 없다. KAIST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제외하면 일부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과정으로 가르치는 곳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외 대학에서 미래학 학위를 받은 사람이 ‘국정원 비정규직’에 지원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미래학을 제대로 교육받거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채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정원 측은 “채용연계형 인턴제도는 우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직 정보기관 요원들은 이 또한 서훈 국정원장의 실험적 인사제도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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