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 교수 출신 상원의원… 부유세 도입 등 주장하는 '트럼프의 천적'
  • ▲ 2018년 3월 방한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3월 방한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년이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고, 심지어 감옥에 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메사추세츠, 민주). 그가 2020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워런 의원은 미국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1949년 6월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난 워런 의원은 열일곱 살 때 조지워싱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휴스턴대로 편입, 졸업했다. 젊은 시절에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파산법을 강의했다.

    워런 의원이 대중의 눈에 띈 것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였다. 워런 의원은 2010년 9월 소비자금융보호국장에 임명됐으나 금융계와 공화당의 거센 반발로 보름 만에 사퇴했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에 그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를 바탕으로 2013년 메사추세츠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한국 언론은 워런 의원을 ‘트럼프의 천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워런 의원을 추켜세우는 미국 주류 언론의 주장이다. 워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6년 대선 때부터 설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 사례가 ‘인디언 혈통’ 논란이다.

    워런 의원은 자신이 체로키 인디언의 자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워런 의원을 ‘포카혼타스(Fauxcahontas, 짝퉁 혼타스)’라 부르며 조롱했다. 2012년 상원의원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 스콧 브라운이 그를 ‘포카혼타스’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말이다. ‘포카혼타스’라는 말을 들은 워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인디언 혈통’ 논란에도 지지층 계속 증가

    ‘인디언 혈통’ 논란은 대선 후에도 계속됐다. 논란은 워런 의원이 2018년 10월 자신의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CNN을 비롯한 주류언론은 “워런 의원의 조상 가운데 진짜 인디언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우파성향 매체들은 역으로 이 DNA 검사 결과를 이용해 워런 의원을 조롱했다.

    DNA 검사에는 “워런 의원의 6대 또는 10대 조상 사이에 인디언이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이는 워런 의원이 가진 인디언 DNA가 최대 1.56%, 최소 0.09%라는 의미다. 참고로 미국 백인들이 평균적으로 가진 인디언 DNA 수치는 0.18%. 체로키 인디언 단체는 워런 의원에게 “인디언 혈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워런 의원은 올해 들어 체로키 인디언들에게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한 것을 사과했다.

    워런 의원이 ‘인디언 혈통’을 내세운 것을 공화당이나 우파진영에서는 “특혜를 노린 비열한 행동”이라며 비난한다. 미국사회에서는 소수민족이 ‘평등’ 차원에서 특혜를 받는다. 워런 의원도 ‘인디언 혈통’을 앞세워 그런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이 2012년부터 나왔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임용 당시 워런 의원이 ‘인디언 혈통’이라고 주장해 ‘소수인종 가산점(Affirmative Action)’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고, 체로키 인디언들이 만든 족보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뉴잉글랜드역사족보협회에서는 “워런 의원은 잘해봐야 32분의 1 정도만 인디언 혈통”이라며 그의 주장을 비판한 적도 있다.

     ‘인디언 혈통’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지만 워런 의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무소속) 다음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워런 의원은 ‘부유세’ 도입을 비롯해 부자들을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이 망가진 결과”라고 혹평한다. 워런 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강연료로 40만 달러를 받은 것을 두고도 맹비난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 자신도 하버드 로스쿨 교수 재직 당시 그에 맞먹는 강연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