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무산·수사팀장 교체 등 경찰 수사 석연찮아"…"정치적 고려 의혹" 제기
  • KBS판 적폐청산기구인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이하 진미위)'와 'KBS 진실과 미래추진단(단장 복진선)'의 직원 이메일 사찰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성창경, 이하 공영노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지난해 7월 공영노조가 진미위 측을 상대로 'KOBIS(KBS 사내 인트라넷 전자우편) 이메일 무단 열람 의혹'을 제기한 사건을 수사해왔으나, 진미위 측이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한 기록도 없고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7일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KBS "이메일 열람? 원천적으로 불가능"


    앞서 공영노조는 "지난해 6월 출범한 진미위와 진미위 추진단이 '기자협회 정상화추진위원회'가 낸 성명서에 서명한 기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위원들이 조사받는 직원들이 말하지도 않은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메일을 주고받은 내용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같은 해 7월26일 양승동 KBS 사장과 진미위 측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공영노조는 "구체적으로 A가 B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메일의 내용을 알 뿐 아니라, B가 이 메일도 열어본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것이 단순히 유사한 내용을 아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진미위 측이 일부 직원들의 사내 이메일을 사찰한 의혹이 있다는 아주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 측은 "▲직원 개인에 대한 이메일 열람은 내부 시스템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진미위로부터 이메일 열람과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받은 바 없으며 ▲KBS의 웹메일 시스템은 관리자조차 직원들의 이메일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KBS와 진미위가 직원들의 메일 계정을 불법열람했다는 공영노조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KBS와 진미위 추진단은 지난해 7월31일 공영노조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공영노조 "권력과 노조 눈치 본 짜맞추기식 수사"

    공영노조는 자신들이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알려지자 "결국 경찰이 권력과 노조의 눈치를 보고 짜맞추기식으로 수사를 마쳤다"고 비난했다.

    공영노조는 지난 7일 배포한 성명에서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KBS 진미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려고 했으나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 측이 경찰청을 찾아가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하는 소동을 빚은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는 "또한 당시 경찰은 공영노조 위원장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장이 같은 부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돌연 수사팀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해왔다"면서 "경찰이 진미위 추진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마땅히 진미위 조사역들의 노트북 등 결정적인 증거를 초기에 압수해야 했지만, 전산실 로그인 기록을 KBS가 제출하는 형식으로 수거해간 점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KBS, 경찰 수사 중 메일 서버 개선작업까지"

    공영노조는 "나아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KBS가 '이메일 용량을 확대한다'며 이메일 서버를 개선하는 작업을 실시하는 등 결정적인 증거 훼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증거 수집에서부터 무성의함을 보였고, 특정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팀장까지 교체하는 등 당초부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는 "따라서 우리는 KBS 기자들의 이메일 사찰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처음부터 권력과 민주노총의 눈치를 본 엉터리였다고 판단한다"며 "법원으로부터 그 활동의 위법성을 판단받은 진미위의 이메일 사찰 의혹에 대해 경찰이 면죄부를 준 것은 KBS와 문재인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몰이에 자칫 치명타를 줄 것을 우려한 정치적인 고려라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