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연기 안되면 불출마" 선언 이행… '반쪽 당대표' 만들어 황교안 힘 빼려는 듯
  •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의 양자 대결로 흐르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11일 유력 당권 주자였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앞서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으면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 조건부 참여를 주장한 당권주자 5명의 출마 여부 역시 불투명하게 됐다. 전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 등 당권주자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보이콧하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홍 전 대표는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들과 뜻을 같이 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다른 주자들은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동 성명에 참여한 정우택 의원은 뉴데일리 통화에서 "전날 성명에 나온 그대로"라며 "현재로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당대표' 가능성 우려

    그러나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 일정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후보들이 지금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당 당대표 경선은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치러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당대회는 '반쪽짜리'가 되고 누가 당선이 되든 '반쪽짜리 당대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김진태 의원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다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불출마로 다른 주자들의 선택지도 좁아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권주자들이 입장문까지 낸 상황에서 말을 뒤집고 출마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한 당권주자들이 원한 것도 이같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대세는 황이다" "지역에 가면 황교안 이야기만 나온다" "어차피 끝난 선거다"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더 겨뤄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 혼자 무대를 휩쓰는 상황이면 반쪽짜리 대표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미리 힘이라도 빼자는 전략이다. 대권을 염두에 둔 홍 전 대표나 오 전 시장의 경우 황 전 총리의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세를 불릴 수 있고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전당대회 보이콧이 황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이날 2·27 전당대회 날짜 연기 요구와 관련해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당에서 결정할 것이고 당 방침을 따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