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유치에 IOC 위원 이건희 역할 필요" 김진선 전 위원장 조선일보 인터뷰
  • ▲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뉴시스
    ▲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뉴시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赦免)을 자신이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가적 숙원이었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를 위해서는 문대성 위원과 함께 한국의 유이(有二)한 IOC 위원이었던 이 회장의 역할과 활동이 중요했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데는 삼성 뇌물수수 혐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삼성에게 다스 소송비를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1일 조선일보는 평창올림픽 유치·조직위원장을 지낸 김 전 지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과 거래해 이건희 회장을 사면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이 회장을 사면하면 '대기업 봐주기' 여론으로 정치적 부담이 있었지만 국익 차원에서 마지못해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에 따르면 그는 이 회장의 사법처리가 확정되고 한 달 뒤인 2009년 9월 11일 강원도에서 이 전 대통령과 만나 “이건희 문제로 평창올림픽 유치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같은해 11월 17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이 회장의 IOC 위원 복귀를 요청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김 전 지사는 당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의 역할과 활동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규정에 따라 공식후보 도시는 IOC 위원들을 접촉할 수 없지만 각국의 IOC 위원은 타국의 IOC 위원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과 관련해 사법 처리가 확정되면서 IOC 위원 자격도 정지됐다”며 “3차 유치 도전 당시 우리 IOC 위원은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뿐이어서 큰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요청에도 이 전 대통령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의 사면이 자칫 대기업 봐주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전 지사는 “(강원도에서) 내가 ‘이건희 문제로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며칠 뒤 청와대 체육담당 비서관에게 ‘대통령이 먼저 나설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기업 봐주기로 여론에 두들겨맞을 게 뻔한데, 대통령이 그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지사는 그러면서 “2009년 11월 20일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이 전 대통령에게 또다시 ‘이 회장 사면을 적극 검토해달라. 사면에 대한 국민의 공감도가 높다’고 요청했다”며 “개최 도시 결정 여섯 달을 앞둔 12월 29일에야 이 회장만 원포인트 사면을 해줬다. 국익을 고려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다스 자금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것을 이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