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서 수행 비서관 혹사…“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주장
  • 박원순 서울시장의 새벽 조깅. 이때 수행비서관도 함께 한다. 초과근무수당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영상 캡쳐.
    ▲ 박원순 서울시장의 새벽 조깅. 이때 수행비서관도 함께 한다. 초과근무수당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영상 캡쳐.
    언론 앞에서는 항상 ‘약자’와 ‘직원’을 위해 힘쓴다고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동이 며칠 째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원순 시장은 결국 지난 8일 유튜브에 “더 나은 시장이 되겠다”는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논란은 지난 5일과 6일 KBS가 방영한 시범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부터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장과 직원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관찰, 소위 ‘꼰대짓’과 ‘갑질’이 있는지는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프로그램에 수행 비서관들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에서 수행비서관은 하루 평균 18시간을 일한다고 밝혔다.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도 채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일상인 행동이 수행 비서관들을 적잖게 곤란하게 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박 시장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가량 조깅을 했다. 거리는 6킬로미터 가량. 이때 수행비서관을 데리고 다녔다. 수행비서관은 과거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조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행비서관은 어쩔 수 없이 박 시장의 조깅을 따라나서야 했다. 이 때문에 수행비서관은 매일 오전 5시 40분에 출근해야 했다.

    박 시장은 공식 일정에 따라 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비서관들이 미리 정해 놓은 동선(動線)과 자리를 무시한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이를 보는 비서관들은 뭐라 말도 못하고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친목행사나 비공개 자리가 아니기에 의전 등을 따라야 함에도 박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았다.

    수행비서관, 가족과 외식하려 하자 “같이 먹으면 되겠네”
  • 수행비서관이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외식을 하려는데 끼어드는 박원순 시장.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영상 캡쳐.
    ▲ 수행비서관이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외식을 하려는데 끼어드는 박원순 시장.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영상 캡쳐.
    비서관들이 오전부터 강행군인 일정을 소화하고 점심식사 메뉴로 갈비탕을 고른 뒤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낀다. 이때 다음 일정이 있는 사찰로 가는 도중 박 시장은 “절에서 주는 비빔밥을 먹자, 웰빙 음식이다”라고 말한다. ‘특별시장’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비서관들의 표정은 이내 우울해진다.

    여러 일정을 소화한 뒤 흔치 않게 오후 6시에 퇴근하게 된 수행비서관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저녁 먹자”고 말한다. 이후 박 시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퇴근하면서 “오늘 저녁 약속이 없으면 같이 식사 하자”고 말한다. 수행비서관이 “가족들과 먹기로 했다”고 하자 박 시장은 “그럼 (나도) 같이 먹으면 되겠네”라며 가족들을 부르라고 종용했다.

    저녁 식사 메뉴도 수행비서관 가족이 당초 생각했던 파스타가 아니라 박 시장이 고른 중국음식이었다. 저녁 식사 때 부인이 “남편은 무릎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밝히며 새벽 조깅 문제를 제기하자 박 시장은 “왜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사과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이런 일상을 보며, 박 시장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비서관들이 한 번도 싫다고 하지 않았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심한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도 그러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타인의 시선으로 본 뒤 “많이 느꼈다. 앞으로 좋은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며칠째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꼰대질’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결국 박 시장은 8일 유튜브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반성을 했다”면서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잘해준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된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