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바른미래 연찬회 찻날 작심발언... "진보 보수 아우르겠다" 지도부 발언에 '급제동'
  • ▲ 8일 경기도 양평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 연찬회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8일 경기도 양평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 연찬회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곪았던 피가 터졌다. 8개월간의 잠행을 마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신(新)보수'를 주장하며 독자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동시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두 의원은 연찬회 행사에서 '합리적 중도·개혁적 보수'로 대변되는 '창당 정신'을 수 차례 강조하며 '진보·보수를 아우르겠다'는 당 지도부와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당 공식행사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만 확인한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8일 경기도 양평 쉐르빌호텔에서 바른미래당 2019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가치는 좌우·동서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며 "작년 9월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할 때 이 가치를 챙기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100분간 비공개 1차 토론이 진행됐다. 1차 토론은 예정됐던 시간에서 약 15분 초과했지만, 1인당 발언 시간이 길어져 당 관계자 7명만 발언했다.(유승민·김동철·박주선·이찬열·유의동·하태경 의원·이준석 최고위원)

    1차 토론을 마치고 회의장 밖으로 나온 유 전 대표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유 전 대표는 "그간 제가 언론에 굉장히 불친절한 정치인이었는데, 토론이 전부 끝나진 않았지만 질문이 있다면 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제 주장의 핵심은 지금이라도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있을 보수 재건의 주역이 우리 바른미래당이 되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작심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 국민께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며 "우리 경쟁 상대는 지금 낡고 썩은 보수에 머물러 있는 자유한국당이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해서 바로잡는 강력한 개혁보수 야당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설에 대해서도 그는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제안했을 때 제가 꺼낸 이야기는 두 개"라며 "첫 번째는 지역주의 정당, '호남당'이 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국가 존망이 걸린 외교안보에 대해 생각 차이가 너무 커서는 같은 정당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을 명확히 하면서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라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민주평화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통합은 없다"며 "그런 길을 걸어온 분들도 아니기 때문에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자릿수를 배회하는 바른미래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도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이렇게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해서는 정당으로서 생존 기반이 없어진다"며 "선명한 개혁보수 야당으로 가야 정당으로서 존재,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찬회에서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창당정신으로 돌아간다는 결론이 나오면 불만 없다"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발언을 자청한 이 의원은 "2018년 1월로 돌아가 양당(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선언문을 꼭 한번 보길 바란다"며 "분명히 우리는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했고, 우리가 극복할 대상은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와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였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보수가 바뀌길 바라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했고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굉장히 올라갔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마치 '보수는 영남, 호남은 진보'라는 이상한 프레임에 갖혀 '진보와 보수의 결합'이라는 이상한 조합으로 당이 흘러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 당의 지향과 달리 '진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통합설과 관련해 진보 노선을 주장하는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선 "이 당의 창당정신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통합할 때 상기해보면, 지금 민평당 의원들이 통합 반대하면서 창당했는데 그(중도보수) 노선에 합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라며 "억지로 숫자 채우기 위해 모시고 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보수가 기득권에 연연하던 모습을 극복해 헌법가치를 지키자는 것이 우리의 길인데, 불행하게도 길을 잃어 대한민국에 죄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 당의 방향이 창당 시점과 달라지면서 저 혼자서라도 신보수를 외치며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근본적으로 중도와 보수의 결합이었고, 새 보수를 바라는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다 (당의) 정체성 혼란 때문에 많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비공개 2차 토론을 시작했다. 이대로는 바른미래당 의원간 이견 재확인 및 정체성 논란만 가중시킨 연찬회가 될 소지가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