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이 안된다… '이석기 재심요구' 법조인들 분석

대법 판결은 2015년 1월, 구명위 근거는 2015년 7월… 확정판결 이후의 일 "재심 사유 안돼"

김동우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2.10 15:48:18
▲ 내란선동 혐의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플랜카드. 뉴데일리 DB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인사들로 구성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이하 구명위)’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이 전 의원의 재판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재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 전 의원의 재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구명위의 주장이 재심 사유가 되지 않는 데다 이들이 제시하는 법원행정처의 문건이 재판거래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현 정권 출범 이후 노골화하는 좌파 세력의 '떼법'이 '법치주의'를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승태 구속 후 재심 청구 공식화…이석기 "이겼다. 감옥서 나올 것"

8일 법조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구명위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사법적폐 청산! 종전선언 촉구!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를 열고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변호인단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법리적 검토를 마쳤다"며 "설 연휴 이후 재심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3년 지하혁명 조직을 창설한 혐의(내란음모 및 내란선동)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을 확정판결 받았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보고 내란선동 혐의만 유죄를 선고했다. 통진당과 이들이 주축이 된 민중당 등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본격적으로 이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은 면회를 온 이상규 민중당 대표에게 "드디어 우리가 이기지 않았느냐. 양승태가 잡혔으니 곧 (감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이석기 사건' 재심사유 안돼 각하될 것

법조계에서는 구명위의 재심 청구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하는 소(訴)나 상소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다. 즉, 재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판결의 증거가 위·변조됐거나 판결에 관여한 법관·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 결국 '조작된 증거'나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석기 사건'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재심에도 기본적 법리가 있는 것인데 그것과 무관하게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어떤 부분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구명위가 제시하는 문건만으로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명위는 재심의 근거로 법원행정처 문건을 제시했다. 2015년 7월 작성된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에는 이 전 의원 사건과 KTX 해고 승무원 사건 등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법부가 최대한 노력’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구명위 제시 문건도 확정판결 이후 기록…"억지 쓰고 있는 것"

그러나 이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2015년 1월 이뤄졌다.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으로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문건이 사건 종료 이후 사법부 업무를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후에 정리된 문건이기 때문에 이석기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심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거나 결론을 뒤집을만한 새 증거가 나왔을 때 하는 것인데, 국가 기간 시설 파괴를 선동한 이석기 사건에서 '조작된 증거'나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통진당 세력은 대법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재판했다는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재판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전 의원의 재판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대표적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고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증거가 조작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재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구명위원회는 '3·1절 특사'와 관련해 오는 10일 청와대 앞에서 '사법농단 피해자 이석기 의원 3·1절 특사 촉구대회'를 열 계획이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