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최재성‧김현미 vs 노웅래‧민병두‧정성호… 5월 선거 앞우고 '친문' 세 과시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5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선거가 ‘친문(親文)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계가 초반부터 특정후보 밀어주기를 통해 세(勢) 과시에 나서면서부터다. ‘비문계 기선제압용’으로 풀이되는데, 지난 대선 후보였던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경수)’ 수난설까지 상당부분 현실화하면서 비문계의 불안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원내대표선거가 또다시 계파 간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성과를 도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야당과 협치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다. 특히 내년 21대 총선 뿐만 아니라 연말 예산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친문' 김태년‧최재성‧김현미... '비문' 노웅래‧민병두‧정성호 거론 

    하마평에는 친문계의 김태년‧최재성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문계의 노웅래‧민병두‧정성호 의원 등이 오르내린다. 우선 대표적 친노‧친문계인 김태년 의원은 최근 정책위의장직을 사임하면서 원내대표선거 출마를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당대표는 지난달 21일 김 의원 후임으로 조정식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지명했다.

    김태년 의원의 강점으로는 강력한 추진력과 특유의 뚝심이 꼽힌다. 정책위의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정책 수행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올해 집권 3년차를 맞는 만큼 뚜렷한 정책성과를 내기 위해 김 의원의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친문 핵심 인사들이 김 의원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8.25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해찬계’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당시 친문계는 ‘직계(直系)’인 김진표 의원을 지지한 반면, 김 의원은 이 대표 편에 섰다. 이 대표는 원조 친노 좌장으로 자연스럽게 친문계에 합류했지만,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문 핵심 인사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이해찬계'가 새롭게 형성됐다. 

    "친문, 최재성 의원에 힘 실어줄 것"

    결국 친문 핵심 인사들은 자타 공인 친문 핵심인  최재성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친문 핵심 인사들이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김진표 의원을 지지했던 것처럼 김태년 의원 견제구로 최 의원을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친문 인사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친문계가 만지작거리는 카드다. 친문 직계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을 최일선에서 추진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같은 여성으로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대적하기에도 무게감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오는 3월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교체된다면 친문계의 또 다른 선택지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반면 비문계에서는 국회 상임위원장 3인방인 노웅래(과학기술방송통신위)‧민병두(정무위)‧정성호(기재위)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노 의원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그동안 차근차근 지지세를 넓혀온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당내 지배적 분석이다. 민병두 의원도 당내에서 ‘정책통’으로 꼽힌다. 율사 출신 정성호 의원(3선)은 원내수석부대표,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등을 맡으며 조율 및 협상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친문 만의 리그... 민심 피로감" 우려도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원내대표선거가 친문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친문계가 특정후보를 밀어주면서 본격적으로 ‘세(勢) 과시’에 돌입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전대에서도 친문 핵심 인사들로 구성된 이른바 ‘부엉이 모임’이 물밑에서 당대표선거에 개입했다는 말이 나오며 계파갈등이 촉발됐다. 당시 비문계에서는 “친문 아니면 지도부 입성을 꿈도 못 꾸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비문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아직 원내대표선거 후보군이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 전당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주류’인 친문이 세력을 앞세운다면 여론의 관심이 반감될 뿐 아니라 민심도 피로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