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명에게 묻고 "보복성 판결" 주장… 실제 여론은 국민 52%가 "김경수 구속 동의"
  • 지난달 30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지난달 30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에 배수진을 치고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까지 가세해 ‘판결불복’ 여론 조성에 나섰다. 김경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대대적 사법개혁도 불사하겠다는 모양새다. 김 지사 판결에 ‘민심이 성났다’는 게 민주당의 설 민심 자체분석이다. 하지만 여론의 실제 반응은 냉담하다. 당장 여론조사 결과부터 김 지사 법정구속에 찬성하는 비율이 과반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여론 왜곡’을 앞세워 또 다른 ‘사법농단’을 펼치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6일 당분간 지도부와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중심으로 ‘김경수 구하기’에 당력을 쏟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판결문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또 대책위 소속 의원들이 번갈아 김 지사를 면회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같은 날 돌연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판결보복’으로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속출하는 이유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관련 간담회에서 “사법농단대책위에서 (법관탄핵 문제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 방안을) 배제한 적 없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법농단 판사들이 아직도 법대에 앉아 있으니 사법개혁을 제대로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사법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이 사법부를 압박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개별 의원들의 물밑작업도 계속됐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CPBC 라디오에 출연해 “현직 지사를 법정에서 구속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 속에는 재판부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0명 한테 물어보고, 그게 여론이라고?

    박영선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은 아마도 판결문을 모두 읽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나, 이례적인 법정구속에 놀라고 ‘보복’이라는 감정이 실린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판사를 인신공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수 있듯 판결을 비판하는 것이 삼권분립을 위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앞서 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박영선 TV- 영선아 시장 가자!’에서도 “설 연휴를 맞아 구로시장을 방문해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10명 중 6명은 보복성 판결이라 답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구로시장 상인 및 시민 10명에게 ‘김경수 도지사 법정구속,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물은 결과 10명 중 6명이 ‘보복성 판결’이라 답했고, 3명이 ‘무응답’, 1명이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응답 결과를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편집할 수 있는 점’ ‘극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처럼 해석한 점’ 등을 들어 다소 무리한 여론 조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여론조사는 민주당 주장과 딴판 

    실제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김 지사 법정구속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과반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주장과 판이한 결과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6일 하루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 지사의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1.9%로 과반이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8%에 불과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3%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 결과 20대 이하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 부산·울산·경남 및 호남 등 전 권역대에서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여론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을 앞질렀다. 20대 이하에서는 법정구속 ‘동의’가 48%인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가 32.0%에 불과했다. 이른바 ‘성난 50대’는 ‘동의’가 55.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어 60대 이상(54.1%), 30대(54.0%), 20대 이하(48.0%) 순이었다.

    권역별로는 김 지사의 관할 지역 인근인 부·울·경과 현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포함해 모든 권역에서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부·울·경에서 김 지사의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6.6%로, 강원·제주(64.9%), 대구·경북(56.8%)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동의하지 않는다”(35.9%)는 응답을 20%p 이상의 격차로 압도했다. 이밖에 충청권(54.8%), 서울(51.3%), 호남권(50.1%), 인천·경기(46.0%) 순으로 동의 비율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8.4%로 최종 1052명(가중 결과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2018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서 ±3.0%p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권 "민주당, 여론 조작에 이어 민심도 왜곡"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에서는 당장 “민주당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대체 누구에게 물어본 결과를 내세우는 것이냐”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은 7일 김 지사 재판 결과를 부정하는 여론이 높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에 “여론 조작에 이어 민심도 왜곡하기로 한 모양”이라며 “오만과 독선이 상상초월”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하루라도 거짓 선동을 안 하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가. 민심을 제대로 살펴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라”고 질타했다.  

    여당의 행태가 “권력을 이용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크다. 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개혁한다더니 도리어 사법농단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일을 내로남불식으로 넘어가면 국민들의 분노가 횃불처럼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남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김 지사 댓글조작 의혹만 해도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무참히 짓밟은 것인데, 1심 판결 후 여당의 대처가 마치 불나방 같다”며 “진짜로 두려운 것이 따로 있어 보인다. 당장 ‘대선불복’이란 말이 나오자 문 대통령으로 향하는 화살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