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항여중전투 학도의용군명비

정상윤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2.05 12:57:11

경북 북구 포항여고 입구에 설치된 '포항여중전투 학도의용군명비'. 6.25전쟁 당시 포항은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육군 제3사단 소속 학도의용군 71명이 포항여중(현재 포항여고)에서 단독으로 전투에 참전해 김춘식 외 47명이 산화했다. 
포항여중전투에 참전한 이우근(경기출신, 동성중학교)의 유품에서 발견된 편지. 피 묻은 편지만 남긴 채, 끝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다음은 편지의 전문이다. (경북 포항=정상윤 기자)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구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 입으며 왜 수의(壽衣)를 생각해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님, 죽음이 무서운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그럼......
▲ 포항여중전투에서 학도의용군이 산화했다. 현재는 포항여고가 위치해 있다.ⓒ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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