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악용해 시민 통제" 소로스, 시진핑 비판

투자 손실 볼 때마다 상대방 공격... 2018년엔 구글, 2017년 트럼프, 2016년 중국 비난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2.03 12:18:51
▲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인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주주의와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이다.”

지난 1월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한 말이다. 헤지펀드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를 받는 소로스 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연설 내내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난했다.

조지 소로스 “시진핑은 열린 사회 최악의 적”

소로스 회장이 가장 비난한 대목은 시 주석 집권 이후 만들어진 ‘사회신용체계’였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인공지능과 방대한 양의 CCTV로 중국사회 곳곳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모든 중국인의 신용을 평가해 공개했다. 평가에는 빚을 잘 갚는지와 같은 금융거래뿐 아니라 공산당을 지지하고 명령에 잘 따르는지, 공산당의 지침을 어기지는 않는지 등의 항목도 들어 있다. 이들 평가점수가 낮으면 해외여행은 물론 다른 지방으로도 갈 수 없고, 취업할 때도 불이익을 당한다.

소로스는 “독재정권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시민의 자유의지와 활동을 막을 경우 중국인은 물론 전세계 자유경제체제에 치명적 위험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 유일의 독재정권은 아니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부유하고 강력하며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라고 지적했다.

소로스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신용체계’가 완성되면 시진핑이 중국인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로스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사회신용체계가 완벽하게 실행되면 시 주석은 인민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화웨이·ZTE 등 중국기업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소로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편드는 것은 아니다. 소로스는 미중 무역전쟁을 가리켜 “양국은 열전(熱戰, 진짜 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는 냉전상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무역갈등을 일으키는 행동을 당장 멈추고, 그 힘을 중국 시진핑 정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를 미국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시진핑과 같은 ‘열린 사회의 적’으로 지목했다.
▲ 2018년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다보스 포럼 창시자 클라우스 슈밥 박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로스, 2018년 구글·페이스북, 2017년 트럼프, 2016년 중국 비난

소로스는 다보스포럼의 단골손님이다. 소로스는 매년 포럼에 참석할 때마다 특정인물이나 기업, 국가를 지목해 독설을 퍼부었다. 2018년에는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을 가리켜 “사회 악”이라고 비난했다. 소로스는 “광산이나 석유업체는 지구의 환경을 물리적으로 착취하는 세력이지만 소셜미디어 업체는 사회 자체를 착취한다”면서 “이들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범죄적”이라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업체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 선거 등 민주주의 기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었다.

소로스는 소셜미디어 업체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사용자들의 관심을 조작하고 기만한다면서, 이런 행태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매우 해롭다고 주장했다. 소로스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자란 사람들은 일단 소셜미디어에 빠져들면 되돌아 나오기가 어렵다”면서 “이는 정치적으로 광범위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에 마피아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거나 “북한과의 핵전쟁으로 미국을 몰아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소로스 회장은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핵전쟁으로 다가가고 있다”면서 “북한과 핵전쟁을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열린 사회’의 생존은 물론 인류문명의 생존이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로 개발하는 것을 중단하면 이를 보상해줘야 한다”면서, 자신은 이후 반트럼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 정부를 세계가 처한 위험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소로스가 2016년에는 누구를 비난했을까? 특정인물이 아니라 중국경제가 추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소로스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금융계는 2008년 위기 직전과 비슷한 상황인데 그 원인은 바로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과잉부채, 디플레이션 등을 문제삼으며 “중국공산당 정부가 투자 및 수출경제를 내수경제로 중심을 억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덕분에 중국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상대를 바꿔 비난하는 소로스 회장의 의도는 뭘까. 가장 유력한 주장은 바로 수익창출이다.
▲ 조지 소로스가 페이스북을 맹비난한 뒤 그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라고 지시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로스의 비난 대상, 모두 개인적 감정 담겨

소로스가 다보스포럼에서 비난한 상대들 대부분이 그의 개인문제와 연결된다. 2016년 초 중국 정부는 세계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를 상대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면서 그 배후세력으로 소로스를 지목했다.

소로스가 다보스포럼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주장한 뒤 “위안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세계 헤지펀드들이 위안화를 대량 매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초부터 세계 헤지펀드들이 하나 둘씩 모여 중국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막느라 적지 않은 외화를 소모해야 했다. 이때부터 중국과 소로스의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소로스는 그러나 2016년 말 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 당시 소로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또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는 미국경제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했다 증시가 급등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 이런 일로 쌓인 감정을 2017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에게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소로스가 2018년 소셜미디어 업체를 비난한 것 또한 과거 일어났던 일과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2012년 초 소로스는 페이스북 주식 10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그 가치가 3분의 1 아래로 떨어져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소로스는 비슷한 시기 구글 주식 26만 주도 처분했다. 그러나 그가 팔아치운 페이스북 주가는 지금 4배 이상 올랐고, 구글 주가는 3배 이상 올랐다.


소로스의 시진핑 비판, 중국 몰락 예언일까

이밖에도 소로스는 자신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목표로 삼은 대상 또는 투자한 뒤 손해를 보게 되면 투자대상국이나 기업, 관련자들을 맹비난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진핑을 비난한 것도 이와 관련 있을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앞으로 트럼프 정부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소로스의 헤지펀드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는 소로스보다 더 ‘큰손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단 트럼프 정부의 장관 가운데 대형 펀드 설립자가 있다. 바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로스차일드런던 은행장을 지낸 뒤 독립해 자신만의 펀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2016년 11월 기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재산은 292억 달러에 달했다.

▲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CEO는 2018년 5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소로스의 주장들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스 상무장관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사람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임원을 지낸 피터 틸이다. 틸은 트럼프가 당선자 시절 실리콘밸리 대기업 설립자와 최고경영자들을 트럼프 타워로 데려온 인물이다. 틸은 벤처투자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재산은 30억 달러가 넘는다. 100조원대 재산을 가진 워렌 버핏 버크셔헤더웨이 회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는다. 버핏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내각을 꾸렸을 때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그가 트럼프 당선 이후 67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일 수 있다.

소로스의 주장이 유독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에 대한 평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1년 업계를 은퇴한 뒤 ‘가족자산’만 운영하는 소로스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다. 물론 2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작은 나라를 흔들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자산관리업체의 규모는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뒤흔들던 1992년 9월과는 크게 다르다.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지가 선정한 2018년 미국 상위 10대 헤지펀드 목록에 오른 운용자산을 보면, 1위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1247억 달러, 2위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 899억8000만 달러, 3위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570억 달러, 4위 ‘JP모건 자산관리’ 477억 달러, 5위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372억 달러로 나타난다. 10위 ‘바우포스트 펀드’조차 395억 달러를 운용, 소로스 가족펀드의 2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동하는 자산관리회사의 경우 20위권에 들려면 운용자산이 최소 700조원을 넘어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관리회사 ‘블랙록’은 6800조원을 운용한다.

이런 ‘빅 플레이어’가 즐비한 상황에서 아무리 헤지펀드 시대를 연 소로스라고 해도 이제는 시장을 마음대로 이끌기는 어렵다. 지난 5년 사이 잇따른 그의 투자 실패도 펀드업계를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 사례가 2016년부터 2년 동안 시도했던 중국 위안화 공격이다. 다른 헤지펀드들도 참여했지만 결국 손해를 입었다. 소로스는 2018년 4월에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소로스는 여느 때처럼 대중 앞에서는 “암호화폐는 거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 뒤 자신의 펀드로 투자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세계 암호화폐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