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과 달리 '위력에 의한 간음' 인정… '검찰 구형' 4년과 형량 거의 같아
  •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안 전 지사가 구치소행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안 전 지사가 구치소행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10개의 범죄혐의 중 집무실에서의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 대권주자로서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위력으로 네 차례 간음하고 한 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네 차례 강제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피해자 김지은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김씨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한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 역시 행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 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그 둘 사이의 내부 사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범행기간이 상당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도의적·정치적·사회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이유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당심(2심)까지 출석해 피해사실을 회상하고 진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 본질은 전형적 권력형 성범죄"라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해외출장지인 러시아·스위스와 서울 등에서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김씨가 JTBC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