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이후 ‘화웨이 퇴출국’ 증가세…선진국 가운데 한국만 무방비
  •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만 선전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만 선전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어디까지 몰락할까? 미중 무역갈등이 멈추면 화웨이도 살아날까? 화웨이와 ‘ZTE’ 퇴출을 주도하는 각국 기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웨이 퇴출에는 안보적 요소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서 화웨이 장비를 대규모로 사용하면서도 국가안보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인 듯하다.

    미국 주도 ‘화웨이’ 제재, 서방 전반으로 확산…한국은 일부 기업만

    미국 의회는 지난해 2월부터 화웨이와 ZTE의 장비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2011년부터 정보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내놓은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였다. 미국 정부는 ZTE와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10억 달러가 넘는 과징금과 벌금을 물리는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에서도 화웨이 퇴출을 선언했다. 동시에 동맹국들에도 “화웨이와 ZTE 제품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유는 보안 문제였다. 미국의 요청 이후 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인도·체코가 화웨이·ZTE 제품 보이콧에 동참했다. 프랑스·일본·대만도 가세했다. 독일에서는 최대 통신업체 ‘도이치텔레콤’이 중국산 장비 사용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는 정보기관이 화웨이·ZTE 제품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폴란드는 화웨이의 유럽영업담당 임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장비 사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폴란드 당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서방 주요국이 화웨이 퇴출에 가세하자 월스트리트 등 국제 금융계도 화웨이 등에 대해서는 자금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화웨이와 ZTE의 이란 제재 위반 폭로와,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체포가 투자은행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실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국가들이 줄줄이 화웨이와 ZTE 퇴출을 추진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멍완저우를 구금한 캐나다를 향해서는 중국에 거주하는 캐나다인들을 감금하거나 “화웨이 장비를 퇴출시키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오히려 화웨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중국 주재 대사를 즉각 해임했다. 미국이 상황을 억지로 끌고 가는 ‘대중압박’이라기보다, 미국이 선봉에 서자 이를 계기로 각국이 그동안 중국에 쌓인 불만을 토해내는 모양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과 인도·캐나다의 대응은 예전과 다르다.

    일본을 포함해 미국의 우방국들이 화웨이 문제를 기회로 일제히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때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들만 화웨이 퇴출에 동참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9월, KT는 11월 화웨이·ZTE 제품을 차세대 5G 통신망 구축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T와 KT는 LTE 통신망에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2013년 12월 우리 정부에 “LTE 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동맹 간 통신에서 기밀 유출의 위험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4년 2월 “한미동맹 간 통신망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당초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한다고 알려졌던 SK텔레콤과 KT는 LTE 통신망에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 LG 유플러스는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데도 열심이다. 사진은 화웨이 P9 출시 때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G 유플러스는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데도 열심이다. 사진은 화웨이 P9 출시 때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유선통신망은 다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선통신망의 전체 데이터를 모은 뒤 다시 뿌려주는 RoDAM(재설정식 광 분기·결합 다중화 장비(Reconfigurable Optical Add-Drop Multiplexing) 같은 상위 장비들은 대부분 화웨이 제품이라고 한다. 국내 보안전문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국내 유선통신망의 상위분야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LG유플러스 5G에 화웨이 제품, 네이버는 중국산 서버 수천 대

    LG유플러스는 2018년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유·무선통신망과 차세대 통신망인 5G 장비까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가 삼성이나 노키아·루슨트 등의 장비에 비해 30~40% 저렴하며, 5G 통신을 실용화한 것은 화웨이가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 측은 비난여론이 빗발침에도 2018년 7월 권영수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여러분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제품 도입이 우려스러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네트워크 구축과 컨설팅까지 한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12월 새마을금고의 전산망 개선사업을 맡아 전산센터, 전국 12개 지역본부, 3200여 지점 간 통신망을 현대화했다. 이런 사업을 하는 LG유플러스가 앞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 정보기관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LG유플러스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통화기록·개인정보·위치정보·금융정보는 모두 중국의 감시망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KT 또한 화웨이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했다. KT는 2019년부터 시작하는 1200억원 규모의 NH농협은행 전산망 개선사업용 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갈 화웨이 장비는 600억원 규모다. 화웨이 장비가 전국 6200여 NH농협은행 지점을 잇게 되는 셈이다. KT측은 “화웨이 장비는 가격 대 성능비가 좋으며, 보안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KT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KT가 NH농협에 쓰는 화웨이 장비는 동종 장비보다 20~30%가량 더 비싸다”며 의아해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신한은행·KB국민은행 전산망 개선사업에도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국민·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모두 KT와 전산망사업 계약을 했다. KT가 전산망을 개선한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도 있다. KT는 지난번까지는 NH농협은행의 전산망 개선에 노키아 장비를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직접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뛰어들어 수주한 사례도 있다. 2017년과 2018년 화웨이는 서울지하철 1~4호선, 7~8호선 노후 통신망 개선사업을 수주했다. 따라서 앞으로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로 스마트폰 등을 쓰면 정보가 어디론가 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해 2월 한복을 차려 입고 중국인들에게 중국말로 설 인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민들은 경악했다. ⓒ중국 관영 CCTV 영상캡쳐.
    ▲ 지난해 2월 한복을 차려 입고 중국인들에게 중국말로 설 인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민들은 경악했다. ⓒ중국 관영 CCTV 영상캡쳐.
    한국사회에 스며든 중국의 그림자는 통신설비뿐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가 회원인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디지털타임스>는 2018년 4월 “네이버가 화웨이로부터 수천 대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중국 서버업체 ‘인스퍼’의 제품을 도입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LG유플러스 해지”…文대통령 “중국몽은 우리의 꿈”

    화웨이의 과거 전력을 보면 서방국가들이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는 인민해방군 정보기관 총참모부 3부 출신이다. 현재 이 부대는 중국군이 ‘삼전(심리전·여론전·법률전)’ 전법의 선봉으로 내세우는 ‘전략지원부대’의 중추역할을 맡았다.

    2013년 5월 화웨이 한 간부는 “모든 나라의 정부가 다른 나라의 정보를 빼낸다”며 중국의 해킹을 합리화하려다 전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실제로 산업스파이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9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화웨이코리아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화웨이코리아 임원이 대학 후배인 ‘에릭슨 엘지’ 직원들을 스카우트하겠다고 제안하며 LTE 통신기지국 및 프로그램 등 회사 기밀을 빼돌리라고 사주한 사건이었다.

    이외에도 화웨이가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정황은 계속 터져나온다. 때문에 미국은 2010년부터 의회를 중심으로 ‘화웨이 경계론’이 등장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화웨이뿐만 아니라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전체에 대한 경계론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지적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을 뿐이다. 특히 미군 등 안보기관에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2014년 1월 주한미군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에게 LG유플러스의 서비스 해지를 지시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망은 보안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곧 주한미군기지 주변에서 화웨이 장비를 철거했다.

    이처럼 화웨이 장비로 인한 논란이 적지 않음에도 현재 우리 정부, 특히 청와대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청와대가 화웨이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로 ‘남북관계 개선’을 꼽는다.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제협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드 논란’ 때 중국의 주장을 대변하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을 보면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