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학과 북핵협상-17] 주한미군 방위비 관련 美 '통첩', '주일미군' 카드로 맞대응했어야
  • ▲ 북한 김정은(왼쪽)과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뉴데일리 DB
    ▲ 북한 김정은(왼쪽)과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뉴데일리 DB
    협상에서 흔히 최후통첩은 상대가 그 협상을 받지 않고선 못 버티는 상황이라 생각될 때 던진다. 대부분은 상대의 패, 주로 시간과 정보를 너무 잘 알 때 던진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는 최후통첩을 그냥 무시해버리곤 한다. 마치 상점에서 점원이 할인해 줄 수 있는 폭을 알고 있을 때 던지는 손님의 최후통첩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그냥 얼마에 싸게 팔라고만 요구했을 때는 그냥 안파는 경우도 있는 것과 같다.

    먼저 주한미군방위비에 대한 미국의 약 1조2천억과 1년마다 재협상이라는 최후통첩이다. 미국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좀 더 확실한 답을 위해 우리나라에 그 질문을 해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뺄 수도 있다고 공언하는데 대해, 우리도 그럼 빼라고 공언할 수 있는가?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는 북한이 미국에 최후통첩을 던졌다. 연초부터 자신들은 할 것을 다했다며 다른 카드도 있다며 중국도 다녀왔다. 미국은 2월말 정상회담으로 화답했다.
    이 두 가지 질문과 상황에서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북한의 중국 활용’이라는 소위 ‘레버리지’ 즉 지렛대 이용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미국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선언과 함께 그 대안으로 중국을 3일에 걸쳐 기차를 타고 천천히 방문했다. 사실 방중 결과가 특별할 것도 없었다. 선언적인 주장과 함께 3일 내내 밥만 몇 시간에 걸쳐 먹었다는 내용이 제일 큰 관심을 얻을 정도였다. 반면 우리는 미국과 방위비 협상에서 상대를 움직이는 소위 지렛대를 보여주지 못했다. 북한처럼 다른 나라를 이용하는 지렛대가 없었다. 

    예컨대 미군의 방위비협상에서는 주일미군과 나토군 같은 일본, 유럽과 한 목소리로 미국의 이익도 크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지금 일본과는 초계기 이슈로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일본 만큼 우리의 협상 경과에 관심 큰 나라도 없다. 우리의 ‘대폭인상’과 ‘매년 협상’ 결과는 더 부자나라인 일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에는 적어도 우리 보다 3배 이상인 공식외교관 숫자와 자금력을 동원토록 자연스럽게 압력을 가할 수 있었다. 미북 정상 협상에서는 북한 특유의 오래된 벼랑 끝 전술은 이미 많이 노출됐지만,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한국대통령의 후원, 그리고 갈수록 취약지지고 있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국내정치상황이 김정은에게는 운좋게도 맞아 떨어져가고 있다. 

    협상학 법칙을 쓴 코헨은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후통첩을 하는 자는 오히려 협상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했다. 상대는 최후통첩을 통해 패를 읽고 그에 맞는 대응과 힘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미국과 북한은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주한미군의 가치를 1조2천억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될 다른 나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일본과 유럽으로부터 대한민국은 글로벌 호구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결정이 번복되는 과정에서도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북 협상은 특히, 최근 다양한 내부 이슈로  불안한 트럼프 리더십이 북한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우리에게 큰 위기가 될 것이다. 상대의 최후통첩에 대해 서로 윈윈(win & win)의 조건을 내거는 것이 기본이고, 좀 더 높은 수는 상대에게 내 힘을 키워주는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을 보여주어 유리한 결정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운명이 걸려있는 두 협상에 진심으로 미국 또는 북한을 위한 목소리만 들린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