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비건의 파트너 김혁철 소개글 올려… 젊은 나이에 외무성 요직 오른 실력파”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사진=연합뉴스]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협상 상대로 김혁철이란 인물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자신의 블로그 ‘남북행동포럼’에 김혁철을 소개하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25일 올린 게시글에서 자신이 과거 김혁철과 오랫동안 외무성에서 함께 근무했다면서, 그의 가정환경과 성장과정, 외무성에서의 경력 등을 설명했다. 

    태 전 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혁철은 “북한 외무성에서 젊었을 때부터 김계관과 리용호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양성된 전략형 인물”로 요약된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혁철은 북한 고위 외교관을 아버지로 둔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평양외국어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200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한 김혁철은 외무성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으며, 이 무렵 그의 부친은 캄보디아 주재 북한 대사로 발령났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경우 부자가 한꺼번에 해외로 파견나가는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이를 김혁철이 북한 외무성 내에서 기피부서로 꼽히는 전략부서인 ‘9국’에 자원한 배경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김혁철은 이곳에서 당시 ‘9국’ 담당자였던 현 외무상 리용호의 눈에 띄어 그 밑에서 일을 배우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젊은 나이임에도 북한의 전략보고서를 작성하는 태스크포스(TF)의 일원으로 발탁됐다고 한다.

    이후 김혁철은 2005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때 북한대표단을 이끌었던 김계관 1부상의 연설문 작성을 맡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이듬해 첫 북핵실험 이후 처리과정에서 세운 공로로 2009년에는 급기야 부국장의 자리에 올랐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30대에 불과한 젊은 나이에 외무성 전략부서를 이끄는 9국의 부국장이 된 것은 김혁철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2012년 김정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 김혁철에게는 다시 한 번 기회가 됐다. 젊은 간부들이 대거 발탁되는 분위기 속에서 외무성 참사로 승진한 것이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30대 나이에 부상급인 참사로 승진한 것 또한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김혁철이 초고속으로 승진했지만 해외 대사로 부임한 적이 한 번도 없던 것을 안타깝게 여긴 김계관 1부상이 2014년말 그를 스페인 주재 대사로 내보냈고, 2017년 스페인이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추방할 때까지 그곳에서 근무했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2017년 귀국한 김혁철이 이번에 워싱턴에서 열린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수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태 전 공사는 김혁철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통일전선부로 옮겨갔을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가 여전히 외무성 참사로 근무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당국이 미국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전략통’인 그를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워싱턴으로 보냈을 것으로 추측했다.   

    김혁철의 등장으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 협상과정에서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태 전 공사는 김혁철이 현재 외무성 소속이라면 미국을 담당하는 5국의 최선희와 전략담당 부서인 9국을 이끄는 김혁철이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