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부실' 지적, 김인겸 판사 행정처 차장으로 승진… MB 변호인 "황당하다" 반응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하던 김인겸(56·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로 발령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 측의 부실한 공소장을 꾸준히 지적해 주목받았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갑작스런 재판부 교체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중요 인물의 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를, 그것도 검찰측 공소사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던 부장판사를 재판 도중 바꾸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법원장 20명 등 정기인사 발표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실은 28일 전국 법원장 20명을 교체하고 수원고등법원·가정법원 개원에 맞춰 2명의 법원장을 신규 보임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법원 정기인사에서 김인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임명됐다. 김창보(60·14기) 현 법원행정처 차장은 서울고등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인사에 따른 지방법원장·가정법원장 전보는 2월14일자다. 김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로 이동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할 재판부도 새롭게 구성될 전망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기존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에서 형사1부로 재배당되면서 재판을 담당했다. 

    법원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가 오는 30일 진행될 항소심 7차 공판에서 앞으로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뇌물수뢰 주체가 누구냐" 지적…파기환송도 언급

    문제는 이번 정기인사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재판을 담당하는 김 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공소 부실을 꾸준히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장일본주의(一本主義) 원칙 위배에 따른 파기환송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삼성 뇌물수수 건과 관련해 검찰 측에 수뢰의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부장판사는 1심에서 공소기각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 대해 검찰 측에 “절차를 다시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혐의만 따로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 전체를 환송해야 하는 등 재판이 이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열린 항소심 6차 공판에서도 김 부장판사는 “삼성에서 돈이 들어간 곳은 이 전 대통령의 계좌가 아니라 에이킨검프 계좌”라며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김○○이 이 전 대통령의 사자 혹은 대리인이라면 이 같은(대리인이라는) 사실관계를 밝혀내주길 바란다”고 언급하며 검찰의 공소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직 대통령 사건 재판부 함부로 바꾸다니"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아무리 정기인사라지만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의 재판부를 함부로 바꾸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황당해했다. 중형이 선고된 1심과 달리 항소심 공판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 공판에서 김 부장판사가 검찰의 공소 부실을 딱딱 집어내면서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왔다”며 “이런 시점에 재판부를 교체한다는 것에 대해 과연 정상적 인사인가 하는 의문을 느낀다”고 말했다.

    MB측 "재판부 변경 시점, 비상식적"…법조계 일각 "저의 의심"

    법조계 일각에서도 '정상적' 인사로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사실상 '승진'인사를 낸 점도 의아하다는 시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재판에서 재판부를 바꾸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재판부 변경에 의구심을 갖게 되지 않겠냐"며 "언론 보도를 보면 김 부장판사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허점을 많이 지적한 것도 이번 인사의 저의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차장직은 대법관으로 가는 관문"이라며 "김 부장판사를 사실상 '승진'시킨 것도 인사 불이익 등 뒷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