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추진 동력 상실될까 고민… 박영선 "국민적 시각에서 비판 소지 있어"
  •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사법적폐' 청산을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환영하고 나섰지만, 당 원내지도부였던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겹치면서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법관 탄핵,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을 밀어붙여야 하는 처지이지만, 서 의원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로 힘이 빠진 분위기다.

    민주당은 24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법상식에 맞는 결정"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 법관 사찰과 인사 불이익, 일선 법원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에게 내려진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의심하는 거래목록에는 서 의원의 재판 청탁도 포함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과 연관된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를 의원회관 사무실로 불러 총선 때 자신의 지역구 연락사무소장을 맡았던 지인 아들의 재판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5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검찰이 수사해서 대법원장도 구속하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서영교 의원 의혹) 역시 조속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서 의원에 대한 당의 조처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들 눈높이에 부족할 순 있지만 조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만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법사위 위원의 관행" "억울한 사정에 민원 제기"라며 서 의원을 옹호하던 민주당의 처지가 조심스러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적 시각에서는 (서 의원 의혹이)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영교 의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억울한 면도 있어서 당 지도부가 상당히 숙의를 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전했다.

    野 "양승태가 적폐면 서영교도 적폐"

    반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계기로 서 의원 의혹과 상관없이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법관 탄핵에 소극적인 분들께서 '시기상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더 탄력있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모순적인 모습에 야당에선 강한 비판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사법농단의 양승태가 적폐면 재판을 청탁한 서영교도 적폐"라면서 "이를 관행으로 덮으려는 정부 여당의 시도 역시 적폐다. 남의 허물은 들추면서 내 허물은 덮는 정부 여당의 이중잣대 역시 적폐"라고 질타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상무위 회의에서 "사법농단 와중에 벌어진 국회 일부의 재판 청탁도 마찬가지"라며 "재판을 거래한 대법원장도 처벌받는데 재판을 청탁한 국회의원이 무사하다면 국회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재판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진상규명특위 위원장은 24일 양 전 대법관의 구속 사실을 언급하며 "서영교 의원 등 다수 의원의 재판 청탁 사실로 법원과 국회와의 검은 유착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