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서울구치소서 대기하다 수감… 박병대 전 대법관은 영장 기각
  •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행정권 남용의 '정점'이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을 곧바로 수감(收監)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 △판사 뒷조사 등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재판 개입 등 40여 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23일) 오전부터 5시간 30분간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혐의가 매우 중대하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에서 증거들을 부인한 점, 후배 법관들과 진술이 엇갈리는 점으로 미루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법관들의 진술이 제시되자 거짓 진술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에서 자신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大’자 표시에 대해서는 “조작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차례 소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23일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은 또 다시 기각됐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허경호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 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