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EEZ서 해군 대조영함에 60~70m 초저공 비행… 국방부 "반복되면 강력 대응" 경고
  • 브리핑하는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초계기는 한국 구축함 주변을 초저공 비행하며 위협했다. ⓒ국방부 제공.
    ▲ 브리핑하는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초계기는 한국 구축함 주변을 초저공 비행하며 위협했다. ⓒ국방부 제공.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가 또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위협비행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세 번째 위협비행이다. 국방부는 “일본의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대응수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건은 23일 오후 2시3분께 이어도에서 서남쪽으로 82km 떨어진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발생했다.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는 벗어난 곳이었다. 통상적인 초계활동을 수행하던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C 오라이언 초계기가 540m 거리에서 고도 60~70m의 초저공 비행을 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가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접근하자 대조영함은 대공 레이더로 포착한 뒤 피아식별장치(IFF)로 일본 초계기임을 확인했다. 한일 간 논란이 된 사격통제 레이더 STIR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대조영함이 “우리 쪽으로 접근 중이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 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수 차례 경고통신을 했음에도 일본 초계기는 응답하지 않고 근접위협비행을 계속했다. 이 상황을 보고받은 해군작전사령부가 일본 지휘통신망을 통해 항의했으나 일본 자위대 측은 “국제법을 준수하는 비행을 했다”고 우겼다.

    “접금 말라" 경고 했는데도 근접 위협비행

    합동참모본부는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 주변을 저고도로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면서 강력 규탄했다.

    합참은 이어 일본 측의 우리 해군 함정 위협비행이 최근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지난해 12월20일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근접위협비행과 관련해 우리는 그동안 인내하면서 절제된 대응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올해 1월18일과 22일에도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해 근접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 구축함과 합동 훈련을 하는 해군 P-3C 오라이언 초계기.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와 한국 구축함 간의 거리보다 몇 배 더 먼 곳에서 촬영했다. ⓒ다음 백과사전 공개사진.
    ▲ 구축함과 합동 훈련을 하는 해군 P-3C 오라이언 초계기.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와 한국 구축함 간의 거리보다 몇 배 더 먼 곳에서 촬영했다. ⓒ다음 백과사전 공개사진.
    합참은 “일본이 또 다시 이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또 다시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은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해군 함정을 위협할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중이었다. 보고를 받은 정 장관은  간담회를 취소하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국방부 “율곡이이함·노적봉함·소양함도 당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초계기는 지난 1월18일 해군 구축함 율곡이이함, 22일에는 신형 상륙함인 노적봉함에 근접해 위협비행을 했다. 율곡이이함에는 1.8km 거리에서 30~70m 고도로 낮게 날며 비행했고, 노적봉함에는 3.6km 거리에서 고도 30m 정도로 초저공 비행하며 위협했다. 군수지원함인 소양함도 일본 초계기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가 처음 접근했을 때는 수 km 떨어져 있었고, 해당 수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 겹치는 곳이라 단순 초계비행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는 일본 측이 어떤 의도인지 규정하기 모호했지만 오늘은 의도가 명백히 확인됐다”며 앞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대조영함이 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초저공 위협비행을 광학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상 공개는 추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어 “일본은 국제법 기준을 지켰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 러시아 군용기가 500m까지 접근했을 때도 매우 강력히 항의했다”며 무장한 군용기와 해군 함정의 접근은 민간 항공기와 선박의 접근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