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코트 차림에 굳은 표정… 법조계 "영장 기각 가능성 높아"
  •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후배 법관 앞에서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변호사와 동행한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 입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마이크를 들이 댄 기자의 팔을 손으로 슬쩍 밀어내기도 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40여 개 혐의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심경”과 “오늘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이냐”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Δ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 Δ판사 뒷조사 등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Δ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재판 개입 등 40여 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상 기밀누설, 특정범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출신' 판사가 영장심사…내일 새벽께 구속여부 결정

    영장심사는 검사 출신 명재권(52·27기) 부장판사 심리로 32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7기로,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기수 후배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이 근무했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다만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한 증거를 제시하고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점을 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동안 재판개입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실무진이 담당했던 일이라 잘 모른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으면 내일 새벽께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심사가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법조계 "영장 기각될 듯"…박병대 전 대법관 '두번째' 영장심사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으로 도주의 우려가 적은 데다 검찰 측에서 이미 상당부분의 증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한편 박병대 전 대법관도 이날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지난해 12월 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번째 심사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첫번째 영장이 기각된 후 지인이 관련된 재판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