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1일 회견 말미 "집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 아이들과 아내가 불안에 떨고 있다"
  • ▲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언론을 통해 ‘강심장’으로 비춰진다. 혈혈단신으로 절대 권력 청와대와 연일 맞서고 있는 김 수사관이다. 지난 21일 ‘공익 제보자’를 자처하며 연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을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밝혔다. 검찰 고발된 자신의 여러 ‘혐의’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회견이 이어지면서 그의 표정에선 잦은 흔들림이 포착됐다.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을 빼곡히 채운 취재진을 바라보며 그는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대목에서 드러나고 마는 상기된 표정을 그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자 회견 말미―. 
    그의 표정에서 불안과 공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가족들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였다. 

    “최근 집 앞에 수상한 사람들이 서성대고 초인종을 누르고 가버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만 여섯 살과 두 돌이 지난 아이들과 아내가 불안에 떨고 있다.”

    가족의 사생활이 감시되고 무너질까 두렵다는 고백이었다. 민간인 사찰 등 청와대의 범법행위 의혹을 폭로한 건 김 전 수사관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과 아내를 떠올리는 동안, 그는 무언가 말을 아끼는 듯 했다. 

    익제보자 보호, 文 정부 대선 공약 아니었나?
    공익제보자 보호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나라를 나라답게’에 포함된 내용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여당은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2014년 '정윤회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내부고발자들을 엄호하며 공익제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청문회에서 내부고발자로 지목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미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발언했을 때도 여당은 “정의를 위해 나선 노승일을 보호하는 것은 의무”라며 그를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권력을 거머쥔 지금, 이들이 공익제보자를 보는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김태우와 신재민 이 분들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에 비유했고,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그를 꼴뚜기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를 위반한 피고발인으로 만들었다. 내가 하면 공익제보, 남이 하면 적폐다. 

    김 수사관은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청와대의 범법행위를 밝혀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외로운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라가 불안에 떤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따른 경제 불안이 그렇고, 뚜렷한 대책이 없는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그렇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공익제보자도 불안에 떤다. 공익제보자를 억누르고 입에 재갈을 물린다면 이 정부에서 어느 누구도 공익제보를 하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