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일제히 '하향' 추진… 교육계 "청소년들 의사 물어봤나?"
  • ▲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등 8개 정당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하라고 요구했다. ⓒ뉴데일리 박성원
    ▲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등 8개 정당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하라고 요구했다. ⓒ뉴데일리 박성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등 8개 정당과 시민단체가 내년 총선에서 청소년도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현행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정치권이 청소년 표심 잡기에 몰두해 구체적 논의 없이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성급히 추진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로 향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등 8개 정당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국회 본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의무는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원칙에서 만 18세 선거권 법안도 마땅히 통과돼야 한다"며 "2020년 총선에 반드시 만18세 청소년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 18세 선거권은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국제적 표준이며, 국민들의 동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촛불의 뜻에 따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의 열망이 높은 지금, 국회에 오래 전에 주어졌던 숙제인 선거연령 하향을 이제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모(17) 양은 "지난해 3월,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도 하고 거리농성도 했다"며 "그로부터 1년이 다 돼가는데 언제까지 정치인들의 그릇된 욕심으로 우리 인권이 계속 유보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외 8개 정당 "민주주의 위해 선거권 연령 하향조정"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도 거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청년정당 우리미래 등 8개 원내·외 정당 관계자가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불참했다.

    국회 정개특위 간사이기도 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당은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하로 내려야 한다는 당론을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교실이 정치에 물들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일부 정당에서 선거연령 만18세 인하를 당리당략, 유불리로 따지고 있는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우리 청소년들의 기본권, 헌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국회는 젊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문턱을 없애야 한다. 선거제 개혁과 선거연령 인하가 핵심"이라며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하는 정당이 있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그 정당을 포위해서 운동을 벌이면 입장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18세 하향조정을 넘어 그 이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만18세 이하는 물론, 더 낮춰야 한다"며 "청소년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고, 김선경 민중당 공동대표는 "민중당은 더 나아가 선거연령 16세 하향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총 "부작용 대책 없는 선거연령 하향은 우려"

    그러나 교육계는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당장 '교실의 정치화'와 같은 부작용을 예방할 실질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연령만 하향조정할 경우 부작용의 여파는 그대로 학교에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성철 대변인은 "선거연령 만18세 하향은, 단지 투표권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교실의 정치화를 제어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하고 마련하면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예상되는 우려와 부작용을 불식시킬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이해, 공감이 이뤄진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미진한 상태에서 정치권이 무작정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고3은 면학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자칫 교실현장에서 교실의 정치화로 논란이 벌어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정치권의 선거연령 하향 추진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충분히 논의한 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어떤 단체?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라는 단체도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2017년 9월 출범했다. 당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수정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이 상임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 단체에는 지난해 10월 기준 373단체가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각 지역 전교조와 민노총 지부를 비롯한 좌파성향 단체가 다수를 차지해 특정 이념에 기운 단체라는 지적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국회 앞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여학생 3명의 공개 삭발식을 진행해 사회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양이 이들 세 여학생 중 한 명이다.

    당시 한 교육계 인사는 이 단체에 대해 "찬반을 떠나 청소년의 객관적이고 전반적 의사를 반영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참여 인사들이 한쪽 성향에 치우쳐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세력을 등에 업고 사실상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