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리 탓 하다간 먼지 못 줄여"… 韓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말 못해"
  • ▲ 22일 13시 현재 AQICN.ORG가 보여주는 동아시아 일대의 대기질 지수. ⓒAQICN 화면캡쳐.
    ▲ 22일 13시 현재 AQICN.ORG가 보여주는 동아시아 일대의 대기질 지수. ⓒAQICN 화면캡쳐.
    22일 현재 한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지수는 100 미만이다. 하지만 세계 대기질 상태를 보여주는 'AQICN'에 표시된 미세먼지 지수는 150을 훌쩍 넘는다. 일본기상협회가 제공하는 초미세먼지(P.M 2.5) 예상도 또한 붉은색이다.

    한반도로 몰려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거의 중국의 '징진지(베이징·허베이·텐진)'와 동북3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지린성)에서 날아온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미세먼지의 원인은 한국”이라고 우긴다. 지난 21일 중국 정부의 발표도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장은 이날 월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미세먼지 상태는 개선됐는데 한국의 공기는 변화가 없다”며 “한국이 계속 중국 비난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국장은 “다른 조건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우리 공기가 개선됐다면 한국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공기는 그대로거나 조금 더 나빠졌다”면서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를 한국 탓으로 돌렸다.

    류 국장과 비슷한 주장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류유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조금씩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대기질은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류 대변인은 “2018년 11월6~7일, 서울의 대기오염이 극심했는데 이때 중국쪽에서 대규모의 바람이 분 적은 없었다”면서 “한반도 대기오염의 원인은 한국에 있으며, 한국 전문가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 ▲ 일본기상협회가 예상한 23일 오전 3시 한반도 일대의 초미세먼지 상황. ⓒ일본기상협회 홈페이지 캡쳐.
    ▲ 일본기상협회가 예상한 23일 오전 3시 한반도 일대의 초미세먼지 상황. ⓒ일본기상협회 홈페이지 캡쳐.
    환경부 “바보 아닌 이상 그런 주장 못할 것”

    이 같은 중국의 적반하장식 주장에 한국 정부도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북반구에는 편서풍이 불고,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한국의 대기질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상식”이라며 중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베이징을 덮치고 우리나라로도 넘어오는 상황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며 “중국도 한국이 자기네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을 향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할 때마다 “고등어구이” “바비큐와 숯불구이” 등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대기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직접 해외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늦가을부터 늦봄까지 계속되는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중국에 할 말도 못한다”며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환경부 관계자가 중국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한 것은 국민여론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