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매체 ‘에포크 타임스’ 美씽크탱크 보고서 인용… "VOA 중국어판마저 中 영향권"
  • ▲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은 중국의 패권 전략, 불공정 무역, 대미침투공작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많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은 중국의 패권 전략, 불공정 무역, 대미침투공작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많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공산당이 중화권 매체를 시작으로 서방언론들을 장악하려 시도 중이며, 이를 위해 연 11조 원을 쓴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중화권 매체 <에포크 타임스>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해외언론을 돈으로 매수, 친공산당 매체로 길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포크 타임스>는 2018년 6월 20일 허드슨 연구소, 11월 29일 후버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중국 공산당의 언론 장악 노력이 중화권을 넘어 미국 등에까지 침투해 있다고 보도했다. <에포크 타임스>의 보도는 지난해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말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주요 기업, 영화 제작사, 대학, 씽크탱크, 학자, 언론인, 지방 정부, 주 정부 및 연방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친공산당 인사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0일 허드슨 연구소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침투 공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연구소는 이후 같은 주제의 보고서를 펴냈는데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매년 650억 위안(한화 약 11조 원)의 비용을 해외침투를 위해 쏟아 붓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후버 연구소 “중국 공산당, 독립 중화권 매체 모두 돈 주고 사 버려”

    지난해 11월 29일 후버 연구소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언론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어떻게 침투 공작을 벌였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후버 연구소의 중국 분야 학자 32명이 18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보고서 제목은 “중국의 영향과 미국의 이익: 건설적 경계심을 키워야”이다. 후버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화교는 물론 미국 사회에 전면적으로 침투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후버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지난 20년 사이 독립적인 중화권 매체들은 이제 모두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홍콩 <성도일보>, <명보>, 미국 <세계일보> 등은 모두 중국계 사업가들이 인수했는데 그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도일보>와 <세계일보>는 중국의 남지나해 영유권 주장, 홍콩·대만과 중국 본토 간의 관계 등을 보도할 때 중국 공산당 매체의 논조와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화교들이 많이 이용하는 중화권 사이트 <문학성>은 2000년 대만 태생 미국계 중국인에게 매각됐는데, 이 중국인은 “우리 뉴스는 대부분 중국 본토 관영매체의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중국인이 <문학성>을 인수할 때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1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2009년 홍콩 사업가가 인수한 <둬웨이(多維)>, 미국 내 중화권 사이트 5위라는 <배가친(倍可親)> 또한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 ▲ 중국 공산당 매체 CGTN 보도. 얼핏 보면 중국 매체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中CGTN 유튜브 채널 캡쳐.
    ▲ 중국 공산당 매체 CGTN 보도. 얼핏 보면 중국 매체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中CGTN 유튜브 채널 캡쳐.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사람을 보내 직접 언론사를 만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중국신문사>와 공산당 산하 조직 <화교판공실>은 1990년대 초부터 미국에 사람을 보내 중국어 TV 방송 <시노비전>, 중국어 매체 <교보>를 설립했다. 이 매체들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아시아 문화미디어 그룹> 소속으로 돼 있지만, 인력과 재정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상하이에 있는 <신민만보>도 미국에 사람을 보내 미국판을 창간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중국어판도 중국 공산당 손아귀에

    보고서는 “미국 의회가 예산을 지원하는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도 점차 중국 공산당을 비난하는 보도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은 매주 4000만 명의 중국인이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 방송 책임자는 2000년부터 10년 동안 주미 중국 대사관과 연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주미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 보도 내용에 관여하게 됐다고 한다.

    후버 연구소가 인터뷰한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 직원은 “중국 대사관에서 행사를 열었고, 이 행사에 참석한 TV 편집자는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고 폭로했다. 2017년 4월에는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 방송 책임자가 ‘궈원구이’와의 인터뷰를 강행했다가 해고당했다고 한다.

    ‘궈원구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 숙청된 ‘마젠’ 前국가안전부(MSS) 부장과 공생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은 2017년 4월 ‘궈원구이’와의 3시간짜리 인터뷰를 방송했다. 방송에서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의 비리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특히 중국 공산당 서열 2위라는 ‘왕치산’의 부정부패 폭로는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방송은 1시간 20분 만에 갑자기 중단됐다. <미국의 소리> 측은 이에 대해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후 <미국의 소리 중국어판>은 중국 당국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않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유명 평론가를 게스트로 선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마오쩌둥과 같은 포즈를 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우상화도 마오쩌둥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오쩌둥과 같은 포즈를 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우상화도 마오쩌둥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이터 “세계 14개국 33개 라디오 방송국, 중국 지배받아”

    <에포크 타임스>는 “적어도 14개국 33개 라디오 방송국이 중국 국제 방송국(CRI)의 통제를 받거나 그들의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라는 영국 <로이터 통신>의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1941년 12월 개국한 CRI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선전매체로 2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 서울에도 지국이 있으며, KBS와 협력 관계라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CRI와 CCTV, 인민라디오방송 등을 통합해 <중국의 소리> 방송을 만들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CRI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미국, 호주, 핀란드 등 14개국 33개 라디오 방송국의 지분을 간접소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14개 나라에서 자국의 주장을 대변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에포크 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소유 <신화통신>이 최근 미국 <AP통신>과의 협력안에 서명했는데, 이를 본 미국 국회의원이 <AP통신>에 합작계획 발표,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서방 침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워커 미국 민주주의 재단(NED) 선임 부총재는 “서방 언론은 중국 공산당 매체와 협력하기에 앞서 그들이 본질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중국 공산당과의 접촉은 자체 검열을 유발하는데, 서방 언론들은 인지 못하는 틈에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