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학과 북핵협상-16] 구체적 실적에 목마른 2차 미북정상회담의 희생양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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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협상에서는 1차와 다르게 우리나라 외교부 담당자들도 함께 참여 중이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두 당사자 간의 싸움이다. 협상학에서는 양측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3자를 이용하라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의 참여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중재자로서 역할을 인정받았다’ ‘역할이 모호하다’라는 긍부정의 평가 보다는 ‘미북간 협상은 원할치 않았다’는 팩트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해를 반영해야한다.

    미국의 이익은 여러 차례 트럼트 대통령에 의해 언급된 것처럼 분명하다. 미국우선주의에 따른다면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만 폐기한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트럼프대통령도 자신의 대화 이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안한다고 늘 자랑하고 있다. 세계 평화는 개념은 최근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트럼프대통령에게는 차순위 이다. 북한의 비핵화 역시 세계 평화 보다는 미국의 안전이라는 틀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 것인지 그려진다. 북한의 이익은 그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자의 불만에서 읽을 수 있듯이 더욱 명확하다. 핵을 완성했으니 북한 주민을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하는 절박함이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담보로 3대에 걸쳐 북핵을 개발해오며 만들기만 하면 남한, 미국 등 전세계가 북한에 돈을 들고와서 굽신거릴테니 조금만 참으라는 약속을 지켜야한다. 두 나라 모두 1차 협상까지는 각자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서로 유리한 방향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으나 이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그간 절충이 쉽지 않았다.

    한국의 참여는 그런 환경에서 이루어진 만큼 비상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자칫 미국우선주의의 비용 또는 북한제재완화의 대변인으로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첫째,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미북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만으로 중재자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자랑을 한다면 그 자랑을 책임지기 위한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 둘째, 서두르거나 감정적인 대응이나 지시는 금물이다. 한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승진하고 싶으면 한국과 협상팀에 들어가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과 한 번에 다 해치우려는 감정적인 대응 때문이다. 때로는 전문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압력으로 인해 협상 데드라인을 노출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그런 만큼 이번 스웨덴 현장팀에 전권을 주고 서울에서는 간섭하지 않아야한다. 셋째, 남북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처럼 인류보편적인 가치와 지속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장치를 우리의 그간 노력 댓가로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들을 정도로 북한에 우호적인 노력을 많이 해왔다. 협상학에서도 적은 이익이라도 주고받는 실천이 결국 중요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습관처럼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끝으로 협상의 주도력은 힘에서 생긴다고 한다. 힘은 군사력, 경제력 같은 물리력이 아니다. 상대의 이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열어야 속 깊은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진정한 중재자라면 이번 회담 성과에 급급해서 북의 일방적인 이해를 지원한다든가, 미국의 양해를 끌어내기 위해 대한민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성급한 행동은 금물이다. 설령 이번에는 통할지 몰라도 양측에 편향적이라는 불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각각의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양국의 속마음을 위해 한국을 희생양 즉 ‘봉’으로 삼겠다는 인식도 있음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