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출신만 우대하는 관료조직, '탁상행정' 원인... 공무원 인원 늘리는 대신 구조조정 필요
  • ▲ 2017년 경찰 시무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뉴시스
    ▲ 2017년 경찰 시무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뉴시스
    경찰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연말 즈음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목격되는 광경이 있다. 승진심사를 앞두고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경찰관들의 '애달픈' 모습들이다.(참고로 경찰의 연말 승진 심사는 총경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승진 대상자들은 '눈도장'을 찍으려고 주말에도 할일 없이 사무실에 나오는가 하면 윗사람 식사도 챙긴다. 굳이 인사권자와 대면(對面)결재를 할 필요도 없는 데 대면결재를 한다고 문서를 만들라고 직원들을 재촉하기도 한다. 이처럼 '속성'으로 만든 문서들은 일선 지방청⋅경찰서를 통해 하달된다.

    승진심사 앞둔 '애달픈' 경찰 백태(百態)

    인사권자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방청 회의를 소집하고, 지시도 쏟아낸다. 필자도 '윗분'들의 지시로 회의서류를 만들고, 회의주재자 말씀자료까지 만들려니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왜 말씀자료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경찰에선 항상 "현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윗사람들은 자신에게 자주 보고하며 문서를 많이 만들고 일상 업무(?)까지 신경써주는 직원이 일을 잘 한다고 봤다. 그러니 고위직 승진 때, 자주 대면할 수 있는 윗선에 '잘 보인' 본청 직원들이 승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주취자와 싸우고 집에도 못 들어가면서 잠복근무·추적수사에 고생하는 형사⋅수사관⋄파출소직원들은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본청에서 근무하며 보고서⋅기획문서⋅회의자료 등을 보기좋게 만들면 내용이 현장과 맞지 않아도 윗사람은 '본청 직원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파출소⋅지구대⋅형사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아도 '본청 직원들이 열심히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포상⋅국외연수⋅국내 대학연수⋅출장 등 좋은 혜택은 본청 직원들이 거의 다 누린다. 수당⋅활동비도 더 많이 받는다. 소위 젊고 유능하다는 직원들이 파출소 등 현장근무를 하지 않고 본청 기획부서 근무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본청에서 예산을 많이 배정한 후 다 쓰지 못한 예산은 연말에 지방청에 내려 보낸다. 연말에 국회 예산통과가 끝나면 해외출장도 다닌다. 현장 파출소⋅경찰서 형사팀 직원들은 꿈도 꾸지도 못할 일이다. 경찰 인력을 많이 늘려도 지구대⋅파출소⋅형사팀⋅조사팀의 인원은 거의 변동이 없다. 아니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TF팀⋅전담팀'이라는 명목으로 본청⋅지방청으로 차출하기도 한다.

    '중앙부처 우대' 행태, 탁상행정 만들어

    경찰만 그럴까. 다른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고시출신자들은 지방근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중앙부처에서 사무관으로 시작해서 해외 유학, 다시 중앙부처 근무를 반복한다. 중앙부처에서 생산된 문서의 종착지가 지방행정기관임에도 지방행정기관 근무를 기피한다.

    왜 그럴까. 지방에 가면 유학⋅승진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으며, 결혼도 하기 어렵고 가족과 떨어져 근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 지방에 가는 경우는 윗사람에게 미움을 사서 속칭 ‘유배’를 가는 경우가 있다. 행정부시장⋅행정부지사 등 '마지막 자리' 명목으로 가기도 한다.

    지방의 집행부서 실정을 모르니 중앙부처에서 내리는 공문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법과 제도나 대책 보고도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으니 잘 모르고 그저 외국사례만 나열한다. 과거 '재탕식 미사여구'가 포함된 보고서만 양산된다. 전수조사⋅점검 등 집행업무는 현장 집행부서인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한다. 그러면서 보조금⋅기금 집행 관련 돈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를 길들인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사고가 터졌을 때 걸핏하면 선진국에 비해 공무원 수가 적어서 그렇다고 하소연한다. 시골의 경우 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 읍⋅면사무소에 가면 주차장에 민원인 차량보다 공무원 개인차량이 더 많다. 기관장의 경우 집무실⋅접견실 등으로 사무실 공간도 넓다.

    관공서 건물도 호사스럽다. 시의회⋅군의회 청사와 의장실도 그렇다. 건물 크기와 규모만큼 수요자인 주민들 복지와 권익을 위해 현장을 뛰어야 하는데 사무실에만 있는다. 잦은 회의와 보고, 그리고 축제성 이벤트 행사가 많다. 아직도 플래카드를 어깨에 두르고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과거 아날로그식 행정을 한다. 투입한 예산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하는 꼴이다.

    청년실업, 공무원 늘린다고 해결될까… 학원만 '성행'

    정부에선 공무원 정원을 늘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헌법⋅행정법⋅행정학⋅영어 시험으로 공무원을 선발한다. 주민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품성을 가졌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법학지식만으로 공무원을 선발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을 선발하는데 영어시험으로 선발한다. 그러니 노량진 학원이 성행한다. 학원비를 벌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어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뛴다.

    고시에 합격하면 출세와 신분보장이 이뤄진다. 유학⋅파견⋅중앙부처 근무만 한다. 국민 혈세로 말이다. 윗선으로 갈수록 승진자리가 좁아지니 고위직 자리를 신설하려고 한다. 산하기관 단체⋅공사등을 만들면서 고위직 자리를 늘리려고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행정부를 견제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속셈은 정권 쟁취에 있다. 밥그릇을 만들기 위해 보좌관⋅비서관 수와 급수를 높이고 심지어 급여도 인상한다. 예천군의회 의원 해외연수 폭력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기초의원은 필요없음에도 자신들의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기초의원 제도를 고집한다.

    의원정수 확대와 선거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전망은 어두운 데 기업들에게만 혁신⋅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은 공무원 조직과 정치권인 데 말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무원 조직과 정치권부터 혈세의 소중함을 알고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