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김성우 등 MB에 불리한 진술 증인 모두 불출석...MB측 "진술 유지 자신 없어 회피"
  •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에 이어 제승완 전 청와대 행정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핵심 인물들이 연이어 불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4차 공판에 불출석했다.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인물들이 법정에 불출석한 것은 지난 9일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이 전 부회장과 11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제 전 행정관에 이어 세 번째다. 오는 18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권승호 전 다스 전무도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출석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삼성 뇌물 수뢰 주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1심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불출석 사유는 '폐문부재(閉門不在)'. 집에 아무도 없어 증인신문 소환장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통령측은 "이들이 법정증언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소환장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인신문에서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유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1심이 이들의 진술을 근거로 중형을 선고하자 이 전 대통령측이 항소심부터 이들을 상대로 진실 여부를 가리겠다며 '공세적'으로 재판전략을 바꾼 상황에서 이들이 출석하지 않아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삿돈 횡령으로 '강제퇴직' 김성우 진술, 신빙성 있나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검찰에서 "현대건설에 근무할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부품업체를 설립하려 하니 일을 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은 그해 3월 조사에서도 "이명박에게 보고를 한 뒤 서울에서 4억원 상당이 입금됐다"며 "누가 입금했는지는 모르지만 보고한 대로 입금됐기 때문에 자본금을 이명박이 부담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사장의 이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2008년 다스 경리 여직원 조모 씨의 120억원 횡령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스 대주주인 이상은에 의해 퇴직당한 만큼 진술에 감정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이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의 자금 횡령 사실을 밝혀내고 피의자로 전환까지 했음에도 이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 즉 일종의 사법거래를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의 죄를 덮어주는 대신 검찰 입맛에 맞는 진술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은 "검찰은 다스 실소유 문제 및 다스 비자금 문제를 규명하면서 객관적 증거보다 김성우와 권승호 등의 진술을 근거로 결론을 내렸다"며 "이들은 감정문제로 검찰의 입맛에 맞는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라 번복된 이학수 진술

    이 전 부회장도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 진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검찰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요청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승인을 거쳐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다스의 미국 소송대리인인 로펌 에이킨검프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삼성측에 소송비 대납을 요청했고, 이 회장의 승인 이후 돈이 전달됐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의 근거가 된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번복됐다는 점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1심은 에이킨검프에 삼성이 지급한 522만2000달러(약 61억원)를 뇌물로 인정하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 초기 김 전 기획관이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에이킨검프가 다스 소송을 수임한 2009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돈을 다스 소송비 대납액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 등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이를 언론에 공표했다.

    하지만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해 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2007년 11월부터 매월 12만5000달러씩 지급했는데, 검찰이 그 중 2009년 3월부터 지급한 금액만을 잘라 소송비 대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하자, 검찰은 이 전 부회장 등 관련자들을 다시 소환해 대납 시기를 '2009년 3월'이 아닌 '2007년 11월부터'라는 번복된 진술을 받아냈다.

    MB측 "증인들, 종전 진술 유지할 자신 없을 것"

    이 전 대통령측은 김 전 사장과 이 전 부회장의 '고의적' 법정 불출석에 대해 "종전 진술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안 나온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측은 "검찰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이 법정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은 고의적으로 소환장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측은 "소환장이 송달이 안되더라도 다수 언론보도를 통해 본인의 증인 채택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로 증인석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측 강훈 변호사는 지난 16일 항소심 4차 공판이 끝난 뒤 "법원 집행관이 증인 집에 갔는데도 가족조차 없다는 건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에서는 10여 차례나 진술한 사람이 마땅히 법정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는 18일 권 전 전무와 다스 경리 여직원 조모 씨, 23일과 25일에는 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30일에는 강경호 다스 사장, 다음달 8일과 13일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