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친황' 사이, 관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계파 노선'을 확실히 하라는 압박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지금 중요한 것은 미래와 통합"이라며 '패거리 정치'와 결별을 선언했다. 

황 전 총리는 입당 하루 만인 16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심경을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이제 겨우 입당을 했을 뿐인데, 첫날부터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뉴스를 보면서 긴장도 되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게 된다"며 "많은 격려가 있었지만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만드는 따끔한 비판도 있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친 비난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평생 국가의 녹을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 어떠한 비판과 질책도 당연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제가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이고 ‘통합'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당당하고 반듯한 자세로, 걱정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바른 뜻을 함께 하는 분이라면 그 누구와도 힘을 합쳐서 당과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정치신인 황교안에게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황 전 총리는 전날 열린 입당식에서 '계파'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계파를 떠난 바른 정치에 동참하기 위해서 입당했다"면서 "어떤 계파와 관련한 말씀을 드리거나 어떤 계파에 서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서 '계파 정치를 떠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 강경파인 홍문종 의원은 16일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한쪽 편에 서야 한다"며 "탄핵 찬성이든 반대이든 자기 스탠스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황교안이 친박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면서 "황교안은 '꼭 친박이어야 하나'라고 하겠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도 (친박이) 뽑아줬다"고 강조했다. 당내 '친박'의원들의 영향력을 강조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원도 "황 전 총리가 국회를 잘 모른다"라며 "전당대회는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권을 목표로 하는 황 전 총리가 특정 계파와 결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의 목표는 대권"이라면서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황 전 총리가 누구만 챙긴다고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봤듯이 계파 갈등이 지친 의원들이 중립의 나경원 의원을 뽑았다"면서 "한쪽에 서서는 당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친황(친황교안)' 모임이 태동하고 있어 새로운 계파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친황 모임’ 멤버로는 박완수, 민경욱, 추경호, 김기선, 박대출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