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도 페미니즘 있었다…곽미경 작가 역사소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 ▲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북커버ⓒ출판사 자연경실
    ▲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북커버ⓒ출판사 자연경실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과 대립하고 갈등하는 삶이 아닌, 남성과 평등하면서도 서로 존중하고 의리를 지켜내는 진짜 사랑을 담고 싶었다."

    곽미경 작가가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씨(1759~1824)의 삶과 성취, 사랑과 비애를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을 펴냈다.

    소설은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친가와 시가, 남편 서유본, 시동생 등의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빙허각의 궤적을 장쾌하게 엮었다.

    빙허각 이씨는 한중일 3국 실학자 99인 중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규합총서'와 '청규박물지'을 썼다. 그는 자동약탕기 발명가이며, 조선 최초의 대규모 차밭 농장주, 백화주와 절명사의 주인공, 대학자 서유구의 형수이자 스승이기도 하다.

    "혁명이 여성들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쳐야 할 때이다. 다시 말해 여성들이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여성도 인간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을 개혁하고 세계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허공에 기대선 여자'는 세계 페미니스트의 원조 격인 영국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의 한 구절로부터 시작한다. 소설은 여성의 자주적 삶을 선언하고 실천한 빙허각의 삶을 그린 점에서 페미니즘을 배경에 깔고 있다.

    하지만 남녀의 갈등과 대립을 통한 여성의 권리확보를 주장하지 않기에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 허빙각을 중심으로 주변 남자들의 사랑과 지우(知友), 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곽미경 작가는 '조선셰프 서유구'를 통해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정감 있는 문체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현대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지만, 꼭 되살리고 싶은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의식적으로 많이 넣었다.

    곽 작가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셀프서비스' 대신 선조들의 '제시 중'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제는 점점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자 했다"며 "미래 세대들에게 여러모로 부족함과 숙제만 잔뜩 남겨 놓은 빚진 심정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