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위성사진 등 분석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두 곳 가동… ICBM도 추가 확보"
  • ▲ 지난해 열병식에 등장했던 ICBM급 '화성-15형'ⓒ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열병식에 등장했던 ICBM급 '화성-15형'ⓒ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지난 신년사에서 북한이 2018년부터 핵무기 제조를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북한의 핵무기 생산은 계속돼왔고, 오히려 더 확대됐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름버그' 통신은 “위성사진 분석과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나온 내용들을 봤을 때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중단한 후에도 로켓과 핵탄두를 신속히 대량생산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불름버그 통신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러 기를 추가했을 것으로 분석한다”며 “한 군비통제단체는 북한이 핵폭탄 6기 정도를 더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했으며, 이로써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이 20기 이상 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무기 비확산 분석 전문가인 멜리사 해넘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둔화하거나 멈췄다는 징후는 없다”며 “오히려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의 보고서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의심되는 두 곳을 계속 가동했음을 보여줬으며, 그 중 한 곳은 영변 핵 시설 근처에 있고 다른 한 곳은 가스 원심분리기 시설로 의심되는 곳”이라면서 지난해 7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불름버그' 통신은 이와 함께 “다른 보고서들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기를 강화하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첫 ICBM을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운영중임을 보여주며, 북한이 최근 더욱 쉽게 숨길 수 있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설과 장거리 미사일 지하기지를 확장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신년사 등을 통해 언급한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대북제재 해제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외교적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가운데 조용히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 김정은의 전략으로 보인다”는 무기 비확산 전문가들의 견해도 전했다.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김정은에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기권을 통해 탄두를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는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무기 비확산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ICBM을 개발한 나라들 중에서 재진입체를 만드는 문제를 가지고 어려움을 겪은 나라는 없었다”고 말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통신은 또한 북한이 핵무기 구성품들을 숨길 수 있는 터널과 비밀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핵 개발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험발사 없이도 진행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감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핵 목록 공개 및 사찰 없이는 북한이 어떤 무기를 보유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비정부기구 군축운동연합(Arms Control Association)은 지난해 북한이 최소 15기의 핵폭탄을 보유했으며 연간 6~7기의 폭탄을 생산하는 데 충분한 양의 핵분열성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기구는 “이와 같은 추정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매우 높다”고 전제하면서도 “2020년까지 보유한 핵탄두가 이스라엘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치인 80기를 넘어 100기에 이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피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받은 이스라엘의 경우와 같은 상황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루이스 소장은 또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불과 몇 기의 ICBM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경제는 어렵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핵 개발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축시킬 정도의 중대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해 효과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못했음을 강조했다.